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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혜택 상위계층이 누려” 비판하더니… 조국의 ‘내로남불’

입력 : 2019-08-19 18:46:07 수정 : 2019-08-19 18: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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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이 된 과거 소신 발언 / 신문칼럼서 ‘철저히 규제’ 피력 / 딸은 외고 나와 의전원에 진학 / 두차례 유급에도 장학금 받아 / 위장전입·폴리페서 논란까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말’과 마주 섰다. 과거 기고·강연 및 출판, 활발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통해 적극 피력해온 의견이 도리어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있는 형국이어서다. 최근 불거진 조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그때 발언들을 비교해볼 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진다.

 

조 후보자는 여러 차례 외국어고등학교, 특수목적고 등을 비판했다. 그는 2007년 한겨레 칼럼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을 위한 특목고 대비 학원이 성황”이라며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는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계급, 계층, 집단 출신의 사람을 알고 사귀고 부대껴야 한다”며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을 위한 학교가 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취지에 맞게 규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딸은 서울 한영외고를 졸업한 뒤 국내 한 이과대학에 진학하고 현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다니고 있다. 조 후보자의 말대로라면 외국어고를 나온 그의 딸은 외국어 관련 계통 학과로 진학해야 했지만 현실은 자신의 말과 다른 셈이다.

여기에 장학금 논란까지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나 유급됐던 조 후보자 딸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도교수가 개인적으로 만든 장학회를 통해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더구나 장학금은 한 학기당 200만원씩 6학기 동안 지급됐는데, 여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조 후보자의 딸을 빼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 장학금을 받은 6명의 학생은 한 학기에 장학금을 나눠가져 150만원 이하를 수령했다. 조 후보자 측은 장학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일반적인 선발 절차에 따른 지급이며 특혜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는 과거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2010년 8월 한겨레 칼럼에서 “(위장전입은)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쓴소리를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울산대 법학과 조교수 시절인 1999년 10월에서 11월 사이 부산에서 서울시 송파구의 한 아파트로 주민 등록했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당시 8살이었던 딸도 같이 주민등록을 옮겼는데 부인은 부산에 남았다. 위장전입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폴리페서’ 논란도 여전하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 교수 신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다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민정수석 재임 때에는 휴직계를 냈고 퇴임 후 복직했는데 장관에 임명되면 다시 휴직해야 한다. 조 후보자는 2008년 서울대에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를 주도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4명의 교수가 1년간의 안식년을 반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의 계속된 휴직과 비교할 때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이 서울대 온라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이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정수석 업무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했다. 민정수석 업무는 자신의 형사법 전공을 사회에 적용하는 ‘앙가주망’(지식인의 도덕적 의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인의 도덕적 의무를 꼭 관직을 통해 해야 하느냐는 재반박이 뒤따른다. 선출직과 임명직을 구분해 ‘선출직이 아니니 괜찮다’라는 논리가 합당하느냐는 지적이다. 이래저래 과거 ‘자신의 말’이 현재를 포박하는 형국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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