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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불리한 치킨게임’ 당당히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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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31 23:07:13 수정 : 2019-07-31 23: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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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차분히 ‘日 경제보복’ 대응… 정부, 외교역량 발휘를

“동네 꼬마가 불량배한테 한 대 맞았으면 대들어야 한다. 또 한 대 맞을망정 대들어야 한다. 한 대 맞았을 때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또 때린다. 그래야 불량배든 다른 사람들이 조심한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정부가 시행한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최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밝힌 내용이다. 김 실장은 WTO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싸워 이겨본 경험이 있는 ‘칼잡이’(김 실장 본인의 표현)의 말이기에 허투루 들을 수 없다.

 

이귀전 정치부 차장

싸우지 않는 게 정답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 부당하게 싸움을 걸어온다면, 최대한 이기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기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상대방에게 피해를 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쉽게 싸움을 걸어오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하는 것을 놓고 자유한국당 등 일각에선 ‘치킨게임’에 비교하고 있다. 경제 규모나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우리가 모닝(경차)이라면, 일본은 덤프트럭이어서 우리 경제는 지금 벼랑 끝에 서있는 게 아니라 벼랑에서 떨어지고 있다”(한국당 김규환 의원)는 것이다. 지는 것이 분명한 치킨게임이기에 약간의 손해를 감내하고 “실리적 외교”(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특사를 보내거나 “양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한국당 정진석 의원)할 것을 주문한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을 콕 집어 이뤄졌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명단)에서 제외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하니 어떤 조치를 취해서라도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등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본 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협상을 할 경우 우리가 감내해야 할 손해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등 우리 선조들의 ‘한’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기념비에 앞에 무릎 꿇은 독일 빌리브란트 총리의 사과 수준을 일본에게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와 이에 맞는 조치면 된다. 광복 이후 역대 일본 총리 등 내각은 대부분 유감 표명 후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번에 손해를 감내하고 넘어가면 당장의 피해는 줄일 수 있겠지만, 자칫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또 독도, 남북관계 등의 명목으로 일본이 비슷한 조치를 취하며 청구서를 들이밀 경우 우리는 일본의 ‘호구’로 전락할 수 있다. 단순히 과거 세대의 ‘한’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이 ‘한’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보복 조치처럼 이를 악용할 경우 일본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차분히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발표된 7월 초처럼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와는 다르다. 국민들도 불매운동 등을 통해 일본 정부에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치킨게임이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었나. 더 이상 구한말처럼 힘 한번 써보지 않고 당할 우리가 아니다.

 

이귀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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