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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바야흐로 '희망고문'의 계절…‘막펙’ 쌓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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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2 17:30:02 수정 : 2017-04-12 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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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도 되지만 불안감이 더 크죠. 자격증 하나라도 더 있으면 조금이라도 눈에 들까 싶어서….”

신입사원 채용시즌이 시작됐지만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5·여)씨는 두려움이 크다. 지난해 80여개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떨어졌다. 괜찮은 학점에다 어학연수 경험 등 웬만한 스펙을 두루 갖췄지만 취업문은 열리지 않았다. 자존감은 한 톨 먼지가 된 지 오래다. 상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김씨는 최근 캘리그라피, 동화구연, 드론교육, 심리상담 등 특이해 보이는 자격증들을 살피고 있다. 김씨는 “남들과 다른 개성있는 지원자란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희망고문의 계절’ 공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이력서를 조금이라도 돋보이려 각종 스펙 쌓기에 혈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막펙’(마구잡이 스펙)보다는 업무 관련성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하지만, 취준생들은 “간절한 인상이라도 주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취업문을 열려는 취준생들의 몸부림은 힘겹기만 하다.

12일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 8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확신도 없이 ‘막펙’을 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8%가 “스펙 한 줄이라도 더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정작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49.8%),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4.7%) 준비할 뿐이다.

특히 각종 자격증은 필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대졸자 45만2000여건의 사례를 분석해 최근 게재한 ‘청년층의 인적자본 투자와 노동시장 성과 분석’을 보면, 대졸자 3명 중 2명(62.2%)이 평균 1.89개의 자격증을 딴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을 모두 취득하는 데 평균 11.5개월이 걸렸고, 비용은 국가전문자격(156.9만원), 민간자격(43.5만원), 국가기술자격(25.7만원), 외국자격(23.4 만원), 국가공인민간자격(17.1만원)이 들었다.

취준생들이 많이 찾는 민간자격이 올해만 1668개가 새로 생겨 2만4706개에 이르는 등 ‘자격증 홍수’ 시대의 배경이다.

그러나 전공과 관련되거나 6개월 이상 장기간 준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격증들은 취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전문자격증은 유의미한 수준의 취업효과를 보였으나 국가기술자격, 국가공인 민간자격, 민간자격 등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스펙으로 꼽히는 어학연수도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학연수 경험자의 구직기간은 9.9개월로 미경험자(10.7개월)에 비해 짧았지만, 어학연수로 체류한 기간(평균 7.3개월)을 고려한다면 큰 차이는 없었다. 보고서는 “어학연수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됨에도 충분한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기성 연구위원은 “취업 불안감 탓에 각종 스펙을 쌓으려는 취준생이 많지만 업무관련성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가에서도 자격증의 취업성과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외국자격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움 안 돼”vs“어쩔 수 없어”


전문가들은 뚜렷한 목적 없는 스펙쌓기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취업정보 커뮤니티 ‘더빅스터디’ 정주헌 대표는 “불안감에 스펙 쌓기에 ‘중독’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실제 합격자들을 분석해보면 토익 점수가 850점이 안 된다거나, 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 기업에서 업무와 관련한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만큼 자격증, 어학연수 등 누구나 쌓는 정량적 스펙에 집중하기보다는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다채로운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취준생들이 ‘막펙’을 쌓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준비 중인 이모(29)씨는 “‘스펙을 효율적으로 쌓으라’는 것이 좋은 얘기인 것은 알지만 회사 측에 조금이라도 더 준비한 듯한, 간절하단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회사에서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자격증 등)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답하기가 무척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미리부터 구체적인 준비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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