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도 초봉 1800만원인 회사가 있더라. 물가는 폭등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으로 한국에서 사는 건 쉽지 않다. 심지어 작은 회사 다니는 사람과는 결혼도 하려 하지 않는다."(40대 직장인 B씨)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데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입사원 시절엔 열심히 일하다 보면 나 자신과 이 회사의 미래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비전이 없다. 급여도 겨우 입에 풀칠할 만큼만 준다. 일은 노예처럼 부려먹고, 직원 인격 짓밟는 건 예삿일이다. 이제 퇴사하고 다른데 알아보려고 하니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 곳도 없다."(50대 직장인 C씨)
국내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50%, 금융공기업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에도 중소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은 낮은 연봉과 미래 비전 제시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무려 전체(15∼64세) 실업률 3.7%의 3배 수준이다.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 재수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갈래요"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소기업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취업준비생들이 입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중소기업 제조업 직원 급여는 유사한 업종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대기업(300인 이상) 직원은 상여금 등을 포함한 월평균 임금총액이 561만원이었으나, 중소기업(5∼299인) 월평균 임금총액은 306만원으로 대기업의 54.5%에 불과했다.
특히 연봉이 높고, 안전망이 튼튼한 금융 공기업과 비교했을 땐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 금융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은 9543만원,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또 다른 공기업은 9385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월평균 임금을 연봉으로 계산했을 때 3672만원으로, 이런 공기업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청년층 취업선호도에서 중소기업은 6.1%로 △국가기관(23.7%) △공공기관(19.5%) △대기업(18.7%) 대비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었다.
◆앞으로도 중소기업 구인난 해결 어려울 듯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결하는 게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2015년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0.5%가 '현재 회사에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5년간 인력 수급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도 거의 절반(41.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업교육기관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직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성과급에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등 세제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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