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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노오력'이 '핏줄'을 넘어설 수 없는 대한민국?

입력 : 2017-04-12 05:00:00 수정 : 2017-04-11 07: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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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에는 국민 과반수가 막연하긴 하지만 '하면 된다'라는 믿음을 지녔었습니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른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열심히 노력해도 자신의 사회·경제적 계급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일수록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식세대가 부모세대의 소득과 재산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도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모능력=실력'이라는 기회의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뜻하는 각종 신조어들이 넘쳐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역동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계층 이동이 어렵거나, 계층이 세습되는 사회에서는 인재들이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되기 어려우며,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에까지 직면한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상승이 어려워지면 국가와 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관론이 확산되면 출산 등 인구 재생산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끊어진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보완해 우리 미래가 '잿빛'이 아닌 '무지갯빛'일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을 이른바 '흙수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라는 인식도 짙어져 계층이동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점차 낮아졌다.

12일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소득·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디에 속하느냐는 질문에 1994년에는 약 12%만이 6개 범주 중 최하층을 꼽았지만, 2015년에는 이 비중이 약 20%로 상승했다.

이에 반해 중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60%대에서 53%로 낮아졌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 인식 짙어져…계층이동에 대한 기대감 ↓

세대 내 계층적 상향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점차 득세하는 모습이었다.

1994년에는 평생 노력을 통해 개인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60.1%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21.8%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이와 반비례해 같은 기간 부정적인 응답은 5.3%에 불과했던 것이 20년 새 62.2%로 수직상승했다. 특히 2015년 기준 30∼40대 10명 중 7명가량이 비관적 인식을 나타냈다. 30~40대는 대표적인 근로 연령대이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하는 나이대에서 이런 노력으로도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여기는 인식이 대다수를 차지한 만큼 그 심각성을 더했다.

자녀세대의 계층적 상향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10명 중 3명만이 낙관적이었고 2명은 유보적, 5명은 비관적이었다.

◆전엔 빈부격차 있어도 계층상승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연령대인 30대에서 비관적 인식이 2006년 약 30%에서 지난해 2배인 6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연령대에서 비관론이 득세함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산다.

또 가구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세대 내 또는 세대 간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을 작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먼저 세대 내 계층적 상향 이동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월 600만원 이상 소득집단을 비교대상으로 했을 때 긍정적인 인식 비율은 50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가 3~14%포인트 낮았다. 세대 간 상향 이동 가능성 역시 같은 기준으로 보면 400만원 이하 집단은 긍정 인식 비율이 3~10%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빈부격차가 있어도 계층이동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이 불평등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지만 한국 사회는 이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셈이다.

최근 더욱 깊어진 계층적 상향 이동에 대한 비관론은 '격차사회'를 넘어 '격차고정'이 현실화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사회 이동성의 저하가 생산력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출세하기 더 어렵다?"

이처럼 지난 20년간 자신을 '최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가구가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공감을 표했다. 이들은 너나 가릴 것 없이 사는 것 자체도 힘들고,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열심히 살아도 흙수저를 개천에서만 살게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희망을 잃은 사회가 됐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용 되는 사람이 소수인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평범하게 사는 게 힘든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C씨는 "있는 사람들만 더욱더 잘 사는 대한민국은 정말 최악"이라며 "이제 중산층 진입은 꿈도 못 꾼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큰 산 하나를 넘어도 순간뿐이지 다시 노력이 부족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만 기다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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