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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과로·혹사=성실' 인식에 IT업종 감독? 종사자 반응은…

입력 : 2017-02-12 16:07:08 수정 : 2017-02-12 16: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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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바일 게임업체에서 근무하는 박상현(30)씨는 최근 ‘구로의 등대’로 이슈화된 넷마블 기사를 보면서 ‘언젠가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했다.

박씨는 “사람이 혹사당하는 환경을 우리만 아는 것 같았다”며 “공론화가 되어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이 다소 나아진다니까 희망을 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오는 3월부터 게임업계를 상대로 △ 주중 초과 근로·휴일 특근 등 근로시간 한도 위반 △ 휴게시간이나 시간 외 수당 등을 제대로 보장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노동부는 게임업체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업, 시스템 통합·관리업 등을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 등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도 감독할 방침이다. 원·하청 사업장의 기초고용질서 위반 여부를 비롯해 △ 파견·기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적 처우 △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다른 불법 파견 여부 등으로 범위를 대폭 넓힌다. 감독 대상만 100여곳이다.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즉시 시정 조치한다. IT업종 상당수 하청 근로자가 임금, 복리후생, 근로시간 등의 측면에서도 매우 열악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노동부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의 시장 잠식에 따른 단가 인하 압박, 모바일 게임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규게임 개발 기간 단축에 의한 장시간 근로 만연 등 게임업계 환경이 매우 나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뒷북 행정이라느니 이제 선거철이 다가오니 민심을 사려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 대부분에는 책상에 앉아 펜만 굴리는 노동부를 비난하는 글이 계속해서 쇄도하고 있다.

 

세계일보 DB.


한 네티즌은 “IT분야의 지속적인 야근으로 면역력 저하 때문에 폐를 잘라낸 사람이 있다”며 “싸고 빠르게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그런 업체를 낙찰하는 게 공기관이면서 오히려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거냐”고 반응을 보였다. 이 네티즌은 “하는 게 아니라, 하는 척이겠지”라고 덧붙여 200여명의 공감을 얻었다.

열악한 환경 때문인지 자기가 일하는 회사 이름을 밝히고 싶다는 이도 있었으며, “현실은 저러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브잡스 같은 사람이 안 나오냐고 헛소리한다”고 분통을 터뜨린 네티즌도 있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환경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지적한 댓글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근로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데 정부는 한국형 알파고를 만든다고 한다”며 “(이런 곳에서) 잘도 나오겠다”고 코웃음을 쳤다. ‘구로의 등대’로 불리며 네티즌 비웃음의 대상이 된 넷마블을 언급한 이는 “고용노동부가 바로 근처”라며 “구로 등대는 정부기관으로부터 한 번도 시정명령 비슷한 거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머릿속에 ‘과로와 혹사=근면성실’이라는 공식이 새겨졌다고 지적한 네티즌은 “정시근무가 태만이라고 생각한다”고 반응을 보였다.

게임업계 종사자 남편을 둔 것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일주일에 5번, 자정에서 오전 1시 사이에 퇴근한다”며 “격주마다 주말근무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는 “남편 얼굴을 아침에 10분 정도 보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형우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IT업종 전반의 잘못된 근로관행을 개선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IT업종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시멘트·자동차·전기부품 제조업 등 취약업종을 대상으로 순차 감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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