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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한 번 했는데 신용등급 '와르르'…무이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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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2 15:08:21 수정 : 2016-10-03 14: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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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의류 공장을 운영했던 A씨는 한 때 남부럽지 않은 가장이었다. 그러나 2010년쯤부터 공장 경영이 힘들어졌다. 신용등급이 1등급이었던 그는 자신과 공무원인 자녀 명의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하지만 공장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급기야 대출한도를 초과해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A씨는 당장 만기가 도래한 어음만 상환하자는 생각으로 대부업체로부터 3억 가까이 빌렸고, 결국 그는 파산했다.

B씨도 예외가 아니다. 2012년 공무원 신분으로 신용등급이 1등급이었던 B씨는 당시 대부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빌렸다. 주식투자를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이미 상당한 금액을 빌려 제1금융권 대출한도를 초과한 탓이다. 좋은 정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려 또다시 주식투자에 나섰다. 결국 B씨는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약 1년 후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신용등급 1등급, 대부업체 신규대출시 신용등급 3.7단계↓

신용등급이 높던 사람들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부터 한 차례만 돈을 빌려도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들이 시중은행에서 높은 대출 금리를 감당하거나 대출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만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사람들에게 대출 시 신용도 하락과 관련해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과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대부업체에서 신규 대출을 받으면 등급이 평균 3.7단계 하락했다. 고신용자도 무심코 대부업체를 이용할 경우, 신용등급이 4∼5등급으로 대폭 떨어지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2등급인 사람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경우 평균 3.3단계가 떨어졌고, 3등급과 4등급인 사람은 등급이 각각 2.5단계, 1.7단계나 하락했다.

◆신용등급 떨어지면 시중은행 대출 금리 상승…경제활동 더 힘들어져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들에게 적용되는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높아져 경제활동이 힘들어진다. 한국은행이 작년 3분기 말 기준 금융회사의 가계신용 대출금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등급 1등급자 대출금리는 평균 3.8%이지만 4등급은 9.6%, 5등급은 11.9%로 금리가 점차 높아졌다.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1000만원을 빌리면 연 이자 38만원을 내지만, 이 사람이 한번이라도 대부업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등급이 4∼5등급으로 떨어져 이후 같은 금액을 빌릴 경우 이자가 96∼119만원으로 늘어난다. 신용등급이 7등급이 되면 통상 시중은행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저축은행 대출도 신용등급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저축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평균 2.4단계가 떨어졌고 △2등급은 2.7단계 △3등급 2.1단계 △4등급 1.5단계 하락을 기록했다.
대부업체들의 무이자 TV광고가 경쟁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광고 통해 30일 무이자만 앞세워…신용등급 하락 전달엔 소극적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광고를 통해 이 점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가 ‘신규고객 최대 30일 무이자’ 등 30일 내 상환시 무이자란 점만 부각하고,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1일 통화에서 “사람들이 광고를 통해 무이자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도 무심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 대부업체를 포함해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의 대출상품 TV광고방송을 전면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와 관련, 김영주 의원은 “고신용자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한 번 잘못 돈을 빌렸다가는 신용도가 회복될 때까지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한다”며 “대부업·저축은행이 대출 시 신용도 하락과 관련한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도록 금융감독당국이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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