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학자금 빚 멍에… 빈곤의 악순환 빠진 청춘들

입력 : 2016-09-29 21:20:51 수정 : 2016-09-29 21:20: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신간 통해 본 ‘부채 세대’의 암울한 현실 한국장학재단의 ‘2014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2014년 680만여명이 23조9200억원 정도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2015년 2학기와 2016년 1학기 사이, 서울권 대학(원) 학생 중 재단에서 대출을 받은 비율은 25%에 달했다. 대학(원)생 4명 중 1명은 공부를 하기 위해 빚을 져야 하고, 그 빚 때문에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추심에 시달리는 현실이다. 이제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필연적으로 빚과 함께 생활을 하는 채무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간 대학(원)을 다니며 낸 5000만원의 등록금 중 2000만원을 대출로 해결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가 가난해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게 하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서울의 한 대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치솟은 등록금 등으로 일부 학생들은 대출을 받아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고, 그렇게 공부를 해 졸업을 해도 심각한 취업난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학자금 대출, 학생 상대로 한 이자놀음”

1960년대 이래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소나 땅을 팔아서라도, 혹은 달러 빚을 내서라도 보내야 하는 곳이었다. 이 말은 대학교육 비용은 언제나 가정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1990년대 말 IMF 사태 이후 등록금이 치솟는 가운데 심각한 위기를 맞아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든 가정이 크게 늘었다. 학자금 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은 학자금 대출이 흔히 인식하듯 “빈곤한 사람 혹은 대학생에게 주어지는 ‘복지적 수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자를 받아내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며 그들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학자금 대출을 금융시장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저자는 “정부는 학자금 대출에 따른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금융권의 이윤과 리스크를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학자금 대출을 활용했다“며 “공적 영역에서 보호해야 할 고등교육 비용의 재생산 구조를 금융시장에 위임해 대학(원)생에게 위험을 부담하게 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금융자본의 학자금 대출은 ‘정부보증’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상품에 비해 별다른 이점이 없다. ‘든든학자금 대출’의 경우 취업할 때까지 상환이 연기되는 것은 맞지만 연기한 기간 동안의 이자까지 계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든든학자금 대출은 원금과 유예된 이자까지 계산되어 상환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학자금 대출이 교육 기회의 평등을 위해 마련한 제도라면 학생들을 상대로 이자놀음을 해서는 안 된다”며 “학자금 대출은 복지라는 착한 가면을 쓴 금융상품”이라고 분석한다. 


◆청년의 또 다른 이름 ‘학생-채무자’, ‘어른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인상→학자금 대출→실업률 증가→상환불가능’이라는 고리에 얽매여 있다. 저자는 이들을 ‘학생-채무자’라고 부른다.

한국사회는 노동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것을 청년들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스스로 감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공부하고 기술을 익혀 사회에 나오지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채무자가 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는” 셈이다.

대학(원)생들은 이제 ‘부채 세대’(Generation Debt)로 지칭된다. 부채 세대는 “고성장 사회를 살았던 세대가 누렸던 안정적인 직장, 수입구조의 혜택을 누릴 수 없으며, 그 빈자리를 부채를 통해 재생산하게 되는 새로운 세대”이다. ‘어른이’(adult child)는 부채 세대의 특징이다. 어른은 되었지만 어린아이처럼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가 부담해야 할 교육, 의료, 최소한의 생계 영역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오롯이 개인이 대출을 통해 부담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부채란 ‘부정하고 싶은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조건”이라며 “모든 대학(원)생이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자금 대출구조를 비판하며 무상교육을 주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