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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이 여성

입력 : 2016-05-19 19:24:26 수정 : 2016-05-20 0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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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이상범죄 보고서’ 분석 장모(25)씨는 군 전역 후 내성적인 성격 탓에 일정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평소 우울증과 불안감을 느끼던 그는 3년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도 어려워 사실상 외톨이처럼 지냈다. 그러다 2014년 7월 술에 취한 어느 날 무서운 결심을 했다. ‘누군가를 죽여버리겠다’고 마음먹은 장씨는 울산 남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혼자 버스를 기다리던 여대생 A(18)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에 수록된 이 사건은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적 문제가 발견됐다는 점에서다.

경찰은 ‘이상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46건의 △묻지마 △분노·충동 조절 실패 △기타 비전형적 이상범죄를 분석해 이 보고서를 펴냈다.

1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 지난 17일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쪽지들이 가득 붙어 있다. 아래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인형 등이 놓여 있다.
남제현기자
1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 지난 17일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쪽지들이 가득 붙어 있다. 아래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인형 등이 놓여 있다.
남제현 기자
19일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이 63.0%(29건)였다. ‘가출한 아내와 닮아서’, ‘평소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있어서’ 등 여성만을 겨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구속)씨도 애초 여성을 노리고 사건 당일 흉기를 소지한 채 화장실에 숨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간주한다. 하지만 김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씨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 성격을 규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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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상범죄자의 상당수(54.3%)한테서 정신질환이 발견된 점이 시선을 끈다. 김씨 역시 2008년 1개월, 2011·2013·2015년 각 6개월 동안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지난 1월 퇴원 당시 주치의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프로파일러의 1차 심리면담 결과 김씨는 여성한테 피해를 당한 구체적 사례 없이 피해망상을 갖고 있었고 최근 약을 복용하지 않아 증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유사 사건이 늘 수 있다고 보고 이상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선별·평가·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 강남역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물결은 이틀째 이어졌다.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과 펜스는 시민들이 남긴 수천장의 메모로 뒤덮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추모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유태영·김승환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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