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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방’ 열풍에 멀쩡한 가구쓰레기 넘치네

입력 : 2016-03-27 19:30:06 수정 : 2016-04-06 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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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케이블·종편서 인기… 셀프 인테리어 방법 등 제공 / SNS에 올려 개성 표출·과시… ‘방스타그램’ 신조어도 생겨 “오래된 가구들이 집안 분위기랑 안 어울리더라고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채연(40·여)씨는 5년 전 구입한 침대와 20년간 써 온 수납장을 올해 초 처분했다. 아직 쓸 만한 가구였지만 케이블 채널의 인테리어 방송에서 본 화면이 머릿속에 계속 어른거렸다. 방송에서는 “소품이나 작은 가구 하나만 바꿔도 새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솔깃한 이씨는 청소업체에 10만원을 주고 정든 가구들을 정리했다. 

채널A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촬영현장에서 개그맨 김병만(우측)이 사각 철파이프를 절단하고 있다. 자료사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가구들이 늘고 있다. ‘집방(집안 꾸미기 방송)’ 열풍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주거문화와 인테리어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가구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가구류 생활폐기물은 2012년 하루 평균 342.4t에서 2013년 365.7t, 2014년 381.6t으로 늘고 있다.

서울지역 16개 재활용센터 연합체인 재활용센터연합 강북지점 관계자는 “(가구 처분 관련) 문의 전화가 하루 50통이 넘을 정도로 많다”며 “예전에는 재활용센터에 아주 오래된 가구만 나오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멀쩡한 물건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재활용센터 측도 “올해 초부터 가구 판매 문의 전화가 늘기 시작했다”며 “하루 20통쯤 걸려 오는 전화의 3분의 2가 그런 내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요리를 다룬 방송인 ‘쿡방’에 이어 집방의 인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부터 방영된 인테리어 대결 프로그램인 ‘헌집 줄게 새집 다오’(JTBC), 셀프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하는 ‘내방의 품격’(tvN), 노후한 농촌 주택의 보수를 돕는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채널A)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집 전체를 개·보수하는 대신 가구나 소품 등의 간단한 변화로 분위기를 확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주현(27·여)씨는 “방송에서 7평 정도 되는 원룸을 어떻게 잘 꾸밀 수 있는지 알려주는데, 그걸 보니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내가 정성 들여 꾸민 공간을 사람들이 칭찬해 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자기 방을 꾸민 사진을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올려 타인과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방스타그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집에 대한 인식 변화가 ‘집방 따라하기’ 현상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전미영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집을 (단순 주거공간이자) 투자재로 여겼다면 지금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잘 꾸미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늘면서 인테리어 교체 주기가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2014년 12월 국내에 상륙한 것도 집안 꾸미기 욕구에 자극제로 작용했다. 이케아 가구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에다 손수 조립해 사용할 수 있어 국내에 등장하자마자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연간 4조5000억원대에 머물던 가구 소매 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데 기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 소매 판매액은 2014년 4조6920억원에서 지난해 5조112억원으로 6.8%나 증가했다.

하지만 멀쩡한 가구들이 교체되거나 버려지면서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전 교수는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자칫 ‘과시욕’으로 변해 명품가방을 사듯 집을 치장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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