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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여중생' 간절한 SOS에도… 보호자에 인계만

입력 : 2016-02-04 19:07:18 수정 : 2016-03-09 15: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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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폭력·학대 피해 사회적 안전망 확충 시급
숨지기 전에 선생님 등 찾고
주변 사람들에 도움 요청 확인
“하룻밤만 재워달라” 호소에도
가출 소녀 인식 귀가시키기만
신고 외면… 결국 부모에 희생
쉼터·중간 조정지대 확충 필요
숨진 지 11개월 만에 발견된 경기 부천의 이모(당시 13·중1)양이 부모의 폭행으로 숨지기 직전 집을 나와 주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양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고 번번이 이양의 보호자에게 데려다줬다. 결국 이양은 이 같은 무관심 속에 부모에게 변을 당한 것이다.

가정 내 폭력과 학대 피해 등이 의심되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경찰이나 전문기관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데 가해자일 수 있는 보호자에게 무작정 인계하는 관행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아빠, 새엄마와 떨어져 새이모와 함께 살던 이양은 지난해 3월15일 가출해 친구 A양 집으로 갔다. A양은 경찰에서 “친구의 종아리와 손 등에 있는 멍자국을 봤다”며 “(이양이) ‘전날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양은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초등학교 때 담임교사였던 B씨를 찾아갔다.

B씨는 17일 0시를 넘겨 이양을 새이모 집에 데려다준 뒤 돌아갔다. 이양은 그러나 새이모 집에 있던 아버지(47)로부터 이날 오전 1시쯤 손바닥과 종아리 등을 맞고 다시 가출했다.

이양은 B씨의 아파트로 찾아 갔지만 집에 없어 만나지 못했다. B씨를 기다리다 지친 이양은 아파트 경비실로 발길을 돌려 경비원 C씨에게 “하루만 재워 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C씨 역시 이양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새이모에게 연락해 보냈다. 이양의 반복된 가출에 참다 못한 새이모는 이날 언니 집으로 가 이양을 맡겼다. 막내딸을 넘겨받은 이양 부모는 인정사정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5시간 넘게 매질을 당한 이양은 이날 오후 숨을 거뒀다.

이양의 불안한 눈빛과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애처로운 몸짓에 관심을 갖고 대처했더라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이양의 초등학교 담임교사 B씨만 해도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법은 ‘아동학대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될 경우’ 누구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초·중·고교 교사는 신고 의무자이다.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가량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 아버지 이모(47·왼쪽)씨와 계모 백모(40)씨가 3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숙명여대 유미숙 교수(아동복지학)는 “국민 정서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훈육’에 대한 정서가 가정 내 아동학대를 막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발견하면 즉각 피해 아동을 보호조치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대조적인 셈이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명시된 신고의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유 교수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이들이 학대를 피할 수 있는 쉼터, 중간 조정지대를 만드는 등 사회적 안전망도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이순형 교수(아동가족학)는 “자녀가 신체와 자의식이 커질수록 부모와의 갈등 해결 방식이 폭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회적으로 가정 내 폭력 예방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천=김준영·김주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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