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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된 韓·日 '위안부 협상'… 복잡한 변수 속으로

입력 : 2015-12-28 19:04:43 수정 : 2015-12-29 0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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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타결 향후 전망… 여론 악화 땐 합의문 이행 난항… 정부, 피해자·국민 설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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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의 최대 변수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28일 타결됐지만 국내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향후 여론의 향배가 한·일 관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은 법적 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를 명확하게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책임'에 명확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 정부는 앞으로 일본 측의 법적 책임으로, 일본 측은 도의적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를 우회한 것은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기시다 외무상도 회견 후 일본 취재진에게 한국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예산의 성격과 관련해 “배상이 아니다”며 법적 책임을 부인했다.

한·일, 오랫만에 미소 윤병세 외교부 장관(위쪽 사진 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아래쪽 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 담판을 시도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2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강일출 할머니가 한·일 외교장관이 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지었다는 뉴스 속보를 지켜본 뒤 발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 소식을 접한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합의문 내용은) 법적 배상도 공식사죄도 아니다”며 “합의문을 내놓기 전에 사전에 피해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언론 플레이를 통해 할머니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발표문 안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 측 우려를 인지하고 가능한 대응 방안을 향후 논의한다고 명시됐다는 점에서 국내 시민사회에서 큰 반발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뒤 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만약 국내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합의문 이행에 난항을 거듭할 경우, 이번 합의를 통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모색하려는 정부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특히 합의문에서 양국이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 만큼, 시민사회· 국회·사법부 주도로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된다면 일본 내 반한 감정이 더 커질 수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과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사법부와 국회에서 합의문과 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또 한국이 입장을 바꿨다는 일본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가 국내 여론을 우호적으로 관리한다면, 지난 3년간 역사문제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 관계의 개선 동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투트랙을 기조를 유지해 역사문제와 교류를 구분한다고 했지만,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하루이틀 만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한·일 관계의 악화로) 국익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정상화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미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역사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기회가 될 때마다 우려의 입장을 표해왔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이 흔들릴 수도 있고,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두 동맹국인 한·일이 갈등을 겪는 일도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내년 5월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로고를 발표하고 있다. 로고에는 의장국 일본을 상징하는 일장기와 바다, G7을 나타낸 7장의 벚꽃 잎이 담겼다. 왼쪽은 당선작을 출품한 여고생 우쓰미야 시호.
도쿄=AP연합뉴스
다만 역대 최상이라고 일컬어지던 한·중 관계는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일이 영토 문제 등으로 다툼을 벌이면서 그동안 한·일 관계 악화는 오히려 한·중 관계 개선이란 역설적 상황을 연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우리 정부에게 중국과 미·일 중 택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좀 더 빈번하게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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