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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믿고 있었는데… 피해자들 생각하지 않은 합의"

입력 : 2015-12-28 19:06:53 수정 : 2015-12-28 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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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할머니들 분통
건물 1층에 함께모여 협상결과 기다려
“우리는 제발로 위안부하러 가지 않아
공식사죄 받고 법적배상 받아야” 목청
“우린 돈이 문제아냐… 인간권리 중요”
일부 “정부 애쓴 것 생각해 따르겠다”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혹독한 추위 속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은 더욱 얼어붙었다. 지나간 세월의 회한을 털어줄 반가운 소식을 기다렸지만 기다렸던 소식은 없고 마음속에서까지 찬바람이 불었다.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군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입을 모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2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강일출 할머니가 한·일 외교장관이 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지었다는 뉴스 속보를 지켜본 뒤 발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협상이 예정된 오후부터 할머니들이 묶고 있는 건물의 1층 거실에는 피해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협상 전부터 일본 언론 등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는 등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할머니들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후 오후 3시30분쯤 양국 정부가 10억엔 규모의 재단 설립과 아베 신조 총리 개인 명의의 사죄를 받는 대신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 거론하지 않는 ‘비가역적 해결’에 합의했다는 협상 결과가 발표되자 나눔의 집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분노와 허탈함이 섞인 복잡한 표정들이 할머니들의 얼굴을 스쳐갔다.

협상 결과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허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할머니들은 “정부의 뜻만 보고 정부의 법적 해결 노력만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졸속 야합”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과 악수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옥선(89) 피해 할머니는 “우리는 제발로 위안부를 하러 간 것이 아니다. 제발로 갔다면 우리가 왜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요구하겠나”라면서 “우리 명예와 인권을 일본이 빼앗아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식 사죄를 받고 법적 배상을 받아야겠다”며 재단을 통한 기금 마련이라는 협상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유희남(88) 할머니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인간의 권리를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다만 유 할머니는 “정부에서 기왕에 나서서 올해 안으로 해결하려고 애쓴 것 생각해 정부에 하는 대로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협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이용수(88) 할머니는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해 “전부 무시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할머니는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생각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일본이 이렇게 위안부를 만든 데 대한 책임으로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할머니들이 외쳐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온 데 대해 “도쿄 한복판에 소녀상을 세워 놓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해도 시원찮을 텐데 건방지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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