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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대신 상처치유금 본질 흐려… 찜찜한 마침표

입력 : 2015-12-28 18:53:39 수정 : 2015-12-29 10: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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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핵심쟁점 어떻게 타결했나 한·일 외교 장관이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을 선언한 뒤 몇 시간도 안돼 핵심 쟁점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를 드러내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양국 외교 당국이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김으로써 향후 갈등 재연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과 악수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① 일본의 책임 =위안부 피해자 및 관련 단체가 강력히 요구해온 일본 정부의 국가적,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양국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우리 정부는 ‘도의적 책임’이라든지 ‘인도적 책임’이라든지 ‘법적 책임’을 명백히 부인하는 표현 대신에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고 표현한 것이 큰 진전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사에안(佐佐江案· 2012년 3월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안 위안부 해결안)은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번에는 일본이 (인도적이나 도의적이라는 수식어 없이) ‘정부 책임’이라는 글자로 못박았고 처음으로 ‘책임 통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주한 일본 특파원들과 만나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최종적으로 종결됐음을 재확인했다.

한·일, 오랫만에 미소 윤병세 외교부 장관(위쪽 사진 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아래쪽 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 담판을 시도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② 배상금=위안부 할머니에게 지급될 금전의 형식도 쟁점이었다. 아시아여성기금의 경우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의미하는 배상금 대신에 위로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당초 배상금과 위로금의 중간선으로 거론되던 사죄금, 속죄금도 아닌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치유금’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기시다 외무상은 한·일 합의 사항인 재단 설립에 대해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의 예산이 100% 사용하는 지원 사업도 일본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한 재단을 경유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국가적, 법적 책임 인정은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③소녀상 문제=일본 정부는 양국 논란이었던 주한 일본대사관(리모델링 중) 앞 소녀상 이전 문제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전리품을 획득했다. 우리 정부는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해 지방자치단체(서울시 종로구)가 허가한 것이라 중앙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종전 입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는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독도의 일본식 명칭)’에 대해 “민간·지자체에서 한 일이라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일본 외무성의 대응과도 구별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합의문에 있듯이)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시다 외무상은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이전을 기정사실화했다.

④ 재론(再論)과 국제 공론화 쐐기=우리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착실한 조치가 이뤄지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재론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골대론’을 수용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 총리와 각료가 수차례 유감 표명을 했음에도 위안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기해왔다. 축구시합을 하면서 자꾸 골대를 옮긴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숙원을 푼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치가 착실히 이행될 때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양국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기시다 외무상은 “한국이 위안부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나눔의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6개 관련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소녀상 문제 언급 △재론 불가 △국제사회에서의 상호 비난·비판 자제 합의에 대해 “이는 되를 받고자 말로 줘버린 굴욕적 외교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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