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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전세계 조혼 여성 7억여명… '신부를 팝니다'

입력 : 2015-11-13 20:19:54 수정 : 2015-11-16 15: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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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9세부터 결혼… 팔려가 매 맞고 못 배우고 ‘눈물의 나날’… 인권 짓밟히는 어린신부들 “당신이 붙여 놓은 가격표 아래 망가져 버린 육체. (중략) 그저 돈을 위해 딸을 팔아버리지. 선택의 기회 따윈 없어. 아빠는 내게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얘기해. 더 많은 값을 치르는 사람이 딸을 데려갈 거라고.”

새하얀 면사포를 쓴 소녀의 이마엔 검은색 바코드가 새겨 있고, 눈에는 시퍼런 멍이 선명하다. 슬픈 눈을 한 소녀는 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부를 팝니다’라는 제목의 이 유튜브 영상 속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소니타 알리자데다. 열여덟살 소니타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할 위기를 두 번이나 넘겼다. 오빠의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 시절 소니타는 불과 10세, 16세였다. 

소니타 알리자데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여자 홀로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는 법을 어기고 소니타는 몰래 녹음한 랩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영상이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면서 최근 여아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조혼 풍습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니타의 이야기는 오는 18일 개막하는 2015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도 소개된다.

전 세계 여성 인권을 위해 여아 조혼 근절 등을 과제로 제시한 ‘베이징 선언과 행동강령’이 발표된 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선 2초마다 여아 한 명이 면사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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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 신부’ 7억2000만명 이상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중 18세 이전에 결혼한 여성은 7억20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2억5000만명은 15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혼은 대부분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과 남아시아에서 일어난다.

조혼의 원인은 다양하다.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선지자 무함마드는 아이샤가 9세 되던 해 결혼했다’는 이슬람법인 샤리아의 구절에 따라 조혼을 정당화하고 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역시 이를 근거로 9세부터 혼인할 수 있다는 ‘여성 관리지침’까지 두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조혼은 ‘돈’과 연결돼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소니타의 경우처럼 지참금을 받기 위해 어린 딸을 시집 보내는 경우가 많다.

시리아 사태 이후 이 지역 조혼율이 3배 증가했다는 최근 국제 민간구호단체 케어(CARE)의 조사 결과 역시 경제적 이유로 설명된다. 생면부지의 27세 남성에게 13세 딸 누르를 시집보낸 부모는 유니세프에 “전쟁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어린 딸을 결혼시키지 않았겠지만 입 하나를 덜기 위해 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1년 6월 예멘 산악도시 하자에서 8세 소녀 가다가 남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 뒤에서 8세 소녀 타하니와 남편(27)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자=EPA연합뉴스
◆이혼, 조기임신, 가정폭력…


조혼은 상당수 가정폭력과 부부강간으로 이어지며 교육의 기회도 단절된다. 하지만 명예살인 등 죽음의 위협 탓에 도망치기도 어렵다. 지난 3일(현지시간) 탈레반 점령지역인 아프가니스탄 중부지역에서 강제조혼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의 한 19세 여성이 도망치다 붙잡혀 돌팔매질을 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조혼 여성들의 상당수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적절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한다. 14세에 시집을 간 아프리카 니제르의 하비바(17)는 결혼 1년 후 임신을 했다. 이틀 동안 진통이 멈추지 않아 제왕절개를 하던 중 자궁에 만성질환을 얻게 됐고, 아기도 태어난 지 한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하비바는 남편에게 버림 받았고 마을에서조차 쫓겨났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는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 =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15∼19세 여성들 7만여명이 조기 출산으로 인해 합병증으로 사망하며, 이는 이 연령대 여성들의 사인 중 두 번째로 많다. 아이의 생명 역시 위험하다. 18세 미만 산모의 아이는 19세 이상 산모의 아이에 비해 생후 1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60%나 높다.

조혼은 이른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제테라 카페리(14·여)는 5세에 결혼했지만 12세에 결국 이혼했고, 풍습에 따라 친부모에게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 인포메이트는 12일 전했다.

2005년 9월 아프가니스탄 고르 지방의 다마르다 마을에서 어린 소녀 굴람(11)이 결혼식에 앞서 남편 파이즈(40)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굴람은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어 슬프다고 말했다. 
고르=유니세프EPA연합뉴스
◆‘법 정비’ ‘사회 인식 개선’ 함께 힘써야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법 개정을 통해 혼인이 가능한 연령을 높이고 있다. 과테말라 의회는 이달 초 혼인 가능 연령을 기존 남성 16세, 여성 14세에서 남녀 모두 18세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프리카 말라위 역시 피터 무타리카 대통령이 지난 4월 혼인 가능 연령을 18세로 올리는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지난 9월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조혼을 2030년까지 종식시키자는 목표가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환영하는 한편 조혼에 대한 문화적인 이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치학자 게리 매키는 미국 CNN방송에 “사회적 관습인 조혼 풍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을 고려해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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