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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엔 쉴 곳 없어서…" 휴식처도 돈 주고 사는 직장인들

입력 : 2015-11-15 20:03:28 수정 : 2015-11-16 1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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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밀집지역 힐링카페 확산···점심까지 거르며 찾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왕모(25·여)씨는 만성피로를 달고 산다. 하루에 10-11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왕씨는 요즘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쉽게 피로를 느낀다고 했다. 병원 내 휴게실이 따로 없다 보니 근무 중 짬이 생겨도 쉴 곳이 마땅치 않다. 지난 10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한 ‘힐링 카페’를 찾은 왕씨는 “안마까지 해주는 안마의자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는데도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점심 시간을 이용해 같은 카페에 들른 대기업 회사원 김모(29)씨는 “짧은 시간이나마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궁금해서 한 번 가 봤다”며 “회사에 휴게실은 있지만 소파나 침대가 없고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편히 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처럼 하루 중 잠깐의 안식처가 절실한 직장인이 늘면서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힐링 카페가 늘고 있다. 이 카페는 말 그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Healing)을 표방하며 유료로 운영되는 휴게 공간이다. 빡빡한 업무환경에서 비롯된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겨냥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1호점을 낸 카페 ‘미스터힐링’은 1년도 안 돼 강남과 명동 등에 지점을 4개 더 늘렸다. 고객이 1만3000원을 내면 안마의자에서 50분간 쉬며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했다. 현대아울렛 가산점과 부산 롯데마트 동래점 등 6개 지점을 보유한 ‘퍼스트클래스’는 15분 기준 6000원에 안마의자와 눈 안마기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들 힐링 카페 대부분 커피 등 음료 한 잔을 공짜로 제공한다.

직장인들이 점심까지 거르며 이런 카페를 찾는 것은 직장 내 제대로 된 휴게실이 미비한 탓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806명을 대상으로 벌인 근무환경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휴식하는 장소의 부족’(43%)을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지나치게 긴 근로시간도 직장인 피로를 가중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가장 길었다. OECD 평균치(1770시간)에 견주면 무려 354시간이나 길었다.

전문가들은 힐링 카페의 등장과 수요 확산은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비롯된 만큼 근로시간 단축과 직장 내 충분한 휴게공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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