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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하수관 절반 30년 넘게 방치…싱크홀 재앙 부른다

입력 : 2015-03-22 19:51:58 수정 : 2015-03-23 11: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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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노후시설 보수대책 시급
광화문 하수관로
1990년 무렵 미국 뉴욕시는 노후한 하수관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땅을 굴착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아예 하수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멘트 파이프로 개설된 하수관이 노후돼 녹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뉴욕에서 하수관은 1830년대부터 1870년대 사이 맨해튼 중심부에서 제 모습을 갖췄다.

이후 도시가 계속 팽창하면서 1900년대에는 맨해튼 섬과 이스트강 넘어 브루클린 지구, 퀸스 지구 등의 하수관까지 정비됐다. 매설한 지 100년이 넘은 하수관들로 인한 문제점이 도시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수관 노후화로 인한 문제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노후화 시기에 접어든 서울의 시설물

최근 서울 도심의 지하를 탐사한 결과 하수관 내벽 곳곳이 손상돼 허물어진 곳 사이로 벌겋게 녹슨 철근이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부식된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내리면서 하수관이 파손되고, 하수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반을 침식하면서 지반 침하가 가속되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도로 함몰 3205건 중 노후 하수관으로 인한 건수가 대부분이라 해도 무방한 2714건(84.7%)이었다. 상수도는 1.7%(54건)이고, 각종 지하개발 등 기타가 13.6%(437건)다. 서울시의 도로 함몰 방지 우선대책이 노후 하수관 교체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 전체 하수관 1만392㎞ 중 30년 이상된 하수관은 약 48%(5023㎞)이고, 50년 이상된 하수관은 30%(3173.9㎞)였다. 사용한 지 30년이 넘는 하수관은 매년 260㎞ 정도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수령 30년 이상의 하수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48%에서 올해 52%, 2018년에는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하수관의 수명과 손상 정도는 비례한다. 10년 미만의 하수관에서는 파손 발생 빈도가 7% 정도이지만 60∼70년 된 하수관은 그 빈도가 48%로 급격히 높아진다.

2013년 1월 싱가포르에서 승용차가 달리다 하수관 누수의 영향으로 발생한 싱크홀에 빠지는 모습.
◆문제 해결 위한 예산 반영 난항


사안의 심각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문제는 현황 파악도 쉽지 않지만, 더 심각한 것은 예산 반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몸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는데, 정확한 진단은 고사하고 치료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과 관련 법 제정을 골자로 하는 싱크홀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것으로 수년에 걸쳐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다.

노후 하수관 교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은 아직 불투명하다. 서울시는 올해 50년 이상 된 하수관 중 2018년까지 932㎞를 우선 교체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2300억원으로 시 예산 1300억원을 제외하고, 국비 1000억원을 요청했지만 100억원(관로 조사비 50억원 별도)만 배정됐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정부가 서울시에 배정한 예산은 한시적인 것으로 이후의 예산 지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기관이 설립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은 다시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 175명이었던 도로분야 시설물 담당인력은 지난해 106명으로 줄었고, 유지·관리 인력은 같은 기간 613명에서 476명으로 감소했다. 시설물 유지·관리 예산은 2001년 4288억원에서 지난 해 197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3월 미국 디트로이트 서부지역에서 하수관 파손의 영향으로 생긴 약 5m 깊이의 싱크홀 모습.
서울시 제공
◆지속가능한 도시 기능 위해 노후화 문제에 관심 필요


뉴욕의 경우에서도 노후한 하수관에서 시작된 각종 문제는 사회·경제 등 도시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곳곳에 땅이 꺼지면서 시민의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도로 정비로 인해 곳곳이 폐쇄되면서 교통체증이 심해졌고, 고르지 못한 노면을 달리는 차량의 수명은 대폭 줄었다. 교통·주택 등 도시계획을 잘 세워봐야 도시 노후화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이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환경부가 수명 20년이 넘은 전국의 하수관 3만7564㎞ 중 1637㎞을 대상으로 도로 함몰 발생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당 1곳꼴로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별로는 경기도가 ㎞당 3곳으로 도로 함몰을 일으킬 수 있는 결함의 빈도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부산시가 2.85곳, 세종시가 2.38곳, 울산시가 1.48곳, 서울시가 0.88곳이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도시들이 노후화 시기를 맞이하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의 도시들이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겨우 하수관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정도다. 선진국들의 경우 1990년대부터 가스관, 도로, 철도 등 다양한 인프라를 대상으로 전체적인 시각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춰왔다.

일본 도쿄의 경우 1991년에 건설투자 총액 3985억엔(현 환율 기준 약 3조7121억원) 중 유지·보수비는 35%(1408억엔)였지만, 2008년에 6766억엔 중 3403억엔으로 5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초기부터 유지·보수 비용을 염두에 둔 새로운 형태의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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