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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北에 발목잡힌 백령 세계지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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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6 22:59:36 수정 : 2025-06-26 22: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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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으로부터 서면 이의가 접수될 경우 (중략) 해당 신청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달 22일 인천시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서해 최북단 백령·대청 일대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가 무기한 중단됐다는 것이다. 국제기구 인증에 2년가량 공을 들였고,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유네스코 현장실사와 3개월 후 이사회 심의만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강승훈 사회2부 기자

시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자격을 요청한 곳은 옹진군 백령면(백령도), 대청면(대청·소청도) 육상 66.8㎢와 주변 해상 161.2㎢ 규모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거의 관찰되지 않는 10억년 전후로 만들어진 암석들이 존재하고, 경관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네스코 인증 기준에 부합되는 여건이란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명백한 사실이다.

북한이 지난달 19일 유네스코에 이런 공문을 보내기 전까지 인천시는 물론 지역사회도 백령·대청 일대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인천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확보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해 글로벌 관광명소를 도약할 것”이라는 내용의 장밋빛 청사진을 담은 보도자료를 수차례 배포했다.

2019년 우리나라 11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백령·대청은 이후 2023년 4월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백령·대청 일대는 지난해 2월 세계지질공원 국내 후보지로 결정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유네스코에 정식 신청서가 접수됐다. 하지만 부풀었던 기대감이 유네스코 통보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취재 결과 백령·대청 일대의 세계지질공원 지정 무산 배경에는 북한의 ‘딴죽 걸기’가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운영 가이드라인 제5.4조는 이해당사국이 이의 신청을 할 경우 더 이상의 과학적 평가를 진행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인접 북한과 협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백령·대청 일대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는 절차가 ‘올스톱’된다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필요하다면 북한 당국과 직접 만나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할 뜻이 있다”고 간절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인천시는 북측이 앞서 ‘왜 그랬는지’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 사무국에 북한의 반대 사유를 물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동시에 외교 채널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지만 그게 전부였다. 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우려만 표했다. 기자는 “(북한이)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시 언급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내를 나타낸 것 같아 씁쓸했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그 누구도 당신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의 말처럼 백령·대청 일원은 인천이,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천혜의 환경자원이다. 시는 지역사회의 염원을 담아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흔들림 없이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아야만 희망찬 미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승훈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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