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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봐주기·거짓말… 비난 받아 마땅한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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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8 20:14:00 수정 : 2014-12-18 2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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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단언(斷言)이 결국 허언(虛言)이 됐다. 그는 지난 16일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램프 리턴’ 사건을 조사하는 게 적절하냐는 질의에 “조사의 공정성, 객관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 장관의 확신은 불과 이틀밖에 가지 못했다. 국토부가 18일 대한항공 조사와 관련한 특별 자체감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대한항공을 봐주기 조사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뒷북’ 조사에 나선 셈이다.

사실 서 장관의 ‘허언’은 간담회 당일에 이미 확인됐다. 한참 행사가 진행 중일 때 일부 언론에서 국토부가 박창진 사무장 조사 때 대한항공 임원을 19분간 동석시켰다는 내용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조사 결과 브리핑 때 국토부 담당 공무원들은 취재진의 여러 차례에 걸친 질문에도 “박 사무장과 임원들이 출석만 같이 했고, 조사는 따로 받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뿐만 아니다. 제대로 조사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 앞 자리에 앉은 1등석 승객을 조사하기 위해 대한항공에서 명단을 넘겨받고도 뒤늦게 열어봐 16일에야 파악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개인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한항공이 명단을 주지 않는다”고 딴소리를 했다. 모두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 서 장관이 부하 직원의 잘못된 보고에 속은 것인가 아니면 서 장관이 그들과 함께 국민을 속인 것일까. 

나기천 산업부 기자
국토부는 조사 초기부터 ‘부실조사’, ‘물조사’로 비난을 받았다. 그래도 국민은 “강제 수사권이 없는 국토부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항공 편에 서서 ‘봐주기’ 조사를 한 의혹에 분노가 터져 나온다.

국토부의 지난 행태를 짚어보면 브리핑 등에서 지나치게 대한항공 승무원 등의 진술 내용을 함구하며 수세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시간이 지나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쯤에야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조 전 부사장의 맹탕, 늑장, 뒷북 대처는 국토부도 다를 바 없다. 재벌가 자녀의 황당한 ‘갑질’에 대한 따가운 국민의 시선과 언론의 검증, 박 사무장의 폭로가 없었다면 국토부의 이상한 조사 과정은 그대로 묻혔을 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국토부는 자체 검사에 앞서 먼저 감사할 자격이 있는지를 스스로 검증하기 바란다. 엉터리 조사로 일관한 마당에 자체 감사 결과를 국민이 과연 믿겠는가.

나기천 산업부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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