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 면전선 인권문제 정면 제기 박근혜 대통령의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한·일 관계를 한발짝 진전시킬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한 반면에 남북관계 개선에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회적 방식으로 언급했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한·일 정상회담 등 양국 관계의 본격적 개선을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위안부 문제 등에서 일본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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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슬람국가(IS) 및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 문제와 관련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대응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26일 미국 뉴욕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 한 달 만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의 회담이 열린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그동안 ARF나 유엔총회와 같은 다자회의를 무대로 계속 있었으나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기타(안보·경제·문화) 문제의 분리 대응 방침을 세운 뒤 처음 열리는 회담이다.
한·미는 이번 유엔총회 기간 북한 인권을 단일 의제로 한 장관급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하며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 양측은 회의에서 지난 2월 나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인권보고서의 후속 조치까지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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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 불편한 北 대표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탈북민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사회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북한 리수용 외무상(앞줄 왼쪽)과 관계자들은 회의장 앞자리에 앉아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가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갖고 이뤄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화하자는 입장을 보일지 의문”이라며 “남북 간 대화 가능성이 아주 닫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유엔총회에서의 인권 문제 거론은) 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탈북민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 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은 대중 관계 기조의 미세 조정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관련국’은 사실상 중국을 의미한다.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에서 탈북민의 대다수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탈북인권난민연합 김용화 회장은 “탈북민의 절대 다수가 중국을 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체포한 탈북민을 북송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박 대통령이 탈북민 북송 중단을 요구한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김청중·김민서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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