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산급 폭우’ 덮치면 서울도 속수무책

입력 : 2014-08-26 20:12:58 수정 : 2014-08-27 10:18: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현재 하수처리시설 30㎜가 한계, 시간당 95㎜ 대비 하수관 건설
2020년 이후 돼야 완공 가능 “철저한 예보 시스템만이 최선”
지난 25일 부산에 시간당 13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1000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서울에 이 같은 ‘물폭탄’이 쏟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서울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폭우 대비가 잘되어 있지만 부산과 마찬가지로 단시간에 집중 호우가 쏟아질 경우 침수 피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기후로 매년 집중호우의 발생 빈도가 느는데 하수시설은 단기간에 증설할 수 없는 만큼 기존 시설에 대한 정비를 강화하고 경보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 폭탄’에 끊긴 다리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의 한 도로가 지난 25일 내린 폭우로 유실된 가운데 26일부터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들어오면서 복구작업 채비를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시간당 강수량이 30㎜ 이상인 집중호우의 발생 빈도가 1980년대보다 약 30% 증가했다. 땅의 가장 윗부분인 표토층이 얇아 빗물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상 폭우가 쏟아지면 3년 전의 ‘우면산 산사태’ 같은 대형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09년 시간당 95㎜의 비를 견딜 수 있는 하수관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산에 내린 시간당 130㎜의 강수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그나마 서울시가 매년 2500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공정은 10% 미만으로 2020년 이후나 돼야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관리안전센터장은 “현재로서는 평균적으로 하수관이 시간당 강수량 30㎜까지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강 대책으로 서울시는 침수 취약 지역인 광화문과 강남, 신월 등 34곳에 빗물저류조와 펌프장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이것 역시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에 부산과 같은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현재로서는 그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교통망 단절도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메트로는 1998년 이후부터 서울역 등 428개역에 계단턱 높임 공사를 진행하고, 차수판 492개를 설치했다. 또 지하철역 바깥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역무실에서 비가 얼마나 오는지를 살피기 때문에 지하철 침수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흘러넘치는 빗물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0∼ 2011년에는 시간당 75㎜ 내린 비에 1호선, 4호선 일부 구간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또 상습 침수지역인 2호선 강남역은 시간당 20㎜의 비만 내려도 침수될 수 있다. 지난달에는 10분 동안 내린 소나기에 2호선 홍대입구역이 잠겨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에 서울의 도시 기능도 마비를 피하기 어렵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보인다.

다만 서울 지하철의 경우, 일부 구간이 침수된다고 해도 운행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작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회차할 수 있는 구간이 곳곳에 있어, 일부 구간이 침수된다고 해서 모든 운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1년 물에 잠긴 대치동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가 완전히 물에 잠겨 차량 지붕만 물 위로 드러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재 및 예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대처법 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센터장은 “부산의 경우 재난 시 대피 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며 “(사고가 나도) ‘나는 안 죽고 안 다친다’는 안전불감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보건대 최영상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지자체나 안전관리 기관에서 ‘침수지도’를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줘야 한다”며 “한 차례 ‘비가 많이 오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만 보낼 것이 아니라 강수량과 단계별 행동요령 등을 상세히 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장기 공사와 함께 빗물저류조 설치 등 긴급 대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2∼3년 정도 걸린다”며 “시민행동요령이 담긴 옥외광고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대처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이선·이재호 기자 2s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