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침수된 차 안에서 외할머니(75)와 손녀(15)가 안타깝게 숨진 부산시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의 사례가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길이 244m, 높이 4.5m에 달하는 이 지하차도는 금정산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 빗물이 배수 용량을 초과하면서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더욱이 인근 공사장 등에서 내려온 흙과 모래가 배수시설까지 고장 내면서 빗물을 전혀 배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간당 130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 차량 여러 대가 동원돼 밤새 퍼내고서야 바닥이 드러날 정도여서 부산시는 이곳에 고인 물이 수천t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사고도 흙탕물 때문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던 운전자가 우장춘로 통과를 시도하다가 갑자기 저수지로 변한 지하차도에 갇히는 바람에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우장춘로 지하차도보다는 깊지 않지만 부산시내 이런 지하차도는 모두 35곳에 이른다. 또 사람이 다니는 지하보도도 34곳 있다.
도심 지하차도 대부분은 입구와 출구 쪽이 높고 가운데 지점이 낮은 구조로 돼 있어 물이 고이기 쉽다.
이런 구조 탓에 이번 폭우로 부산시내 대부분 지하차도와 지하보도가 물에 잠겼는데 일반 도로보다 배수가 늦어졌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지하차도마다 배수시설이 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쏟아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