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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機 격추 역풍… ‘차르’ 푸틴의 야망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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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1 20:06:57 수정 : 2016-06-29 13: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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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러 책임 추궁 빗발··· 푸틴, 서방 겨냥 “정치화 말라”
러 “사고 직전 우크라 전투기, 여객기 추격 비행” 책임 돌려
‘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편명 MH17) 격추에 러시아의 책임을 추궁하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도 높은 제재에 돌입할 태세다. 푸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는 듯하면서도 “이번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또 조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반군에 압력을 가하지는 않는다. 푸틴의 이중적 태도가 오히려 심각한 고립을 자초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르(러시아 황제)’ 푸틴의 야망이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2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개한 모든 정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한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반군에 부크 미사일을 전달하고, 설치를 도왔으며, 사고 발생 후에는 증거 인멸을 위해 러시아로 되가져갔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통화에서 희생자 시신 수습과 블랙박스 회수를 돕겠다고 약속하며 뤼터 총리의 격분을 일단 가라앉혔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통화에서도 원활한 조사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한 발 더 나아가 21일 성명을 내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소속 전문가단과 국제조사위원회가 참여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의 양보는 여기까지였다. 그는 성명에서 “누구도 이번 참사를 정치적 목적 달성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을 겨냥했다. 러시아 국방부 안드레이 카르토폴로프 중장은 이날 특별 브리핑에서 “반군 측에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한 어떠한 무기, 장비도 제공한 바 없다”며 “우리가 확보한 기록에 따르면 사고 직전 우크라이나의 수호이(SU) 25 전투기가 MH17편과 불과 3∼5㎞ 거리에서 추격비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책임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음을 시사하며 반격에 나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시간을 끌며 사태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푸틴의 이 전략이 “큰 실수”라면서 “범죄의 옹호자이자 공범이 돼 도덕적 기반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은 22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 측근들의 유럽자산 동결, 군수장비 금수 등 대러 제재를 논의키로 하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번 여객기 피격 주범이 반군과 러시아임을 가리키는 증거가 꼬리를 물면서 러시아는 왕따 처지로 몰리고 있다. 러시아가 버티면 버틸수록 서방의 제재는 세질 수밖에 없다. 이란과 같은 고립상태에 빠질 수 있다. 러시아 국내에서는 경제제재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심각한 지도력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외 압박으로 러시아가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우크라이나 내전을 끝낼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서방은 반군이 민항기를 격추할 만한 전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를 지원할 명분을 갖게 됐다.

FP는 “옛 소련이 1983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다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연방이 해체되기 시작했다”면서 “역사를 반복할지, 서방과 관계를 회복할지 여부는 푸틴의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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