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인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가 구속된 유 전 회장아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며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회장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을 통보했다. 이날 인천 남구 소재 인천지검 청사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 전 회장의 출석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렸고 여러 대의 중계차가 설치되는 등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유 전 회장은 사기 혐의로 구속된 1990년대 초반 이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환을 하루 앞둔 전날 밤까지도 유 전 회장이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검찰과 취재진은 그의 출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 전 회장은 그러나 출석 예정시각인 이날 오전 10시가 한참 지나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실상 출석을 거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을 앞두고 "유 전 회장은 예수를 믿는 분 아닌가. 잘 모르지만 성경에도 예수님이 도망갔다는 내용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혀 유 전 회장의 자진 출석을 기대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회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기류가 강했다.
장남 대균(44)씨가 며칠 전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잠적하는 등 자녀들이 검찰 조사를 피하는 상황에서 유 전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이날 출석 예정 시각에서 30여 분 지나도 유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도 "아직 연락은 없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자"며 "23년 전에도 1시간 반 늦게 출석했다"고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은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공예품 제조업체 오대양의 박모씨 등으로부터 사채 자금을 받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혐의(상습사기)를 받았다.
그는 당시 검찰과 사전 협의한 예정시각보다 1시간 30분가량 늦게 출석했다. 유 전 회장은 이후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돼 징역 4년형을 받았다.
23년 만에 두 번째 검찰과 마주친 유 전 회장은 오대양 사건 재수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소환 조사에 불응하며 결국 언제까지가 될지 모를 '쫓기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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