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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팬과 싸우는 스포츠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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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1 22:52:22 수정 : 2025-09-11 22:52:22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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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프로야구 KIA의 외야수 박정우가 말소됐다. 말소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 키움전에서 박정우는 이른바 ‘본헤드 플레이’에 가까운 주루 실책으로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박정우는 KIA가 10-11로 뒤진 9회 대주자로 기용됐다. KIA는 1사 만루 기회를 만들며 최소 동점, 끝내기 승리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김태군의 좌익수 방면 잘 맞은 직선타구가 키움 좌익수 임지열에게 잡혔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되기엔 넉넉한 희생플라이였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기 전에 2루 주자였던 박정우가 귀루하지 못하고 아웃이 되면서 그대로 KIA의 한 점 차 패배가 확정됐다. 2루 주자 박정우의 다소 미숙한 주루를 보고 홈이 아닌 2루로 공을 던진 임지열의 센스가 빛난 장면이기도 했지만, 박정우가 주루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다만 박정우가 1군에서 말소된 건 주루사에 대한 문책이 아니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벌인 팬과의 설전 때문이었다. KIA의 패배에 화가 난 팬이 박정우의 SNS를 찾아와 도를 넘은 댓글을 단 게 시작이었다. ‘BQ가 딸리니 BBQ 알바도 못하겠네’ 등의 조롱, 인신공격성 악플이었다. 이에 ‘긁힌’ 박정우는 욕설과 비하의 단어를 퍼붓고 상대의 개인 신상정보까지 공개하며 악성 댓글러들에게 직접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화를 키웠다. 이후 DM의 캡처본이 온라인상에 떠돌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KIA 구단은 박정우를 말소했다. 박정우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스포츠 선수의 SNS로 인해 생긴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국가대표 출신의 축구 선수 기성용이 과거 팬들의 비판과 질타에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는 미니홈피 게시글을 올린 게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지나친 악성 댓글로 인해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의 댓글 기능이 사라지자 일부 악성 팬들은 선수들의 SNS를 직접 찾아와 DM을 보내거나 게시물에 댓글로 조롱성 댓글을 단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다수의 선한 팬과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SNS를 운영하겠지만, 이런 역기능이 따라붙는 게 현실이다.

선수들도 사람이기에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서는 비난에는 화가 난다. 그래도 프로 스포츠의 존립 기반은 팬이고, 스포츠 선수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기본 전제를 잊어선 안 된다. 슈퍼스타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빼어난 기량으로 팬들에게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팬들은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잘하면 무한 찬사를 보내지만, 패배의 원흉이 되면 돌변한다. 비판의 목소리가 따가워도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어쩔 수 없다. 감내해야 한다. 응원과 비판은 팬들의 정당한 권한이자 권리다.

그렇다고 해서 팬이 항상 ‘절대선’일 수는 없다. 선을 넘지 않는 정당한 비판까지가 팬에게 허용된 영역이다. 이를 넘어서면 한낱 악플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상투적이지만, 결론은 하나다. 선수도, 팬도 완벽할 수 없는 인간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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