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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감독 엉터리…숭례문 5년 복구 결국 허사

입력 : 2014-05-15 18:52:36 수정 : 2014-05-15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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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숭례문 재시공” 문화재청에 통보 숭례문의 부실복구 논란이 결국 ‘재시공 통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숭례문 복구 과정을 검증한 감사원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단청·기와·지반을 다시 공사하도록 문화재청에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5년간의 복구 과정에서 재현하는 데 실패한 전통기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어서 재시공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숭례문 복구는 전통 기술의 활용이 가장 강조되었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숭례문 복구 공사 당시의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허점투성이 숭례문 복구… 재시공 제대로 될까

숭례문의 복구에 적용된 원칙은 전통기법 적용이었다. 여기엔 명맥이 끊긴 전통기법을 재현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랐다. 이를 감안해 공사기간을 충분히 잡아야 했지만, 그러질 않았다. 감사원은 “전통기법을 재현하고 시공하는 데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일반공사보다 1∼2년 많은 5년으로 공기를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을 채택했고, 현대철물을 사용하는 등 복구 원칙이 무너지면서 부실복구로 이어졌다. 단청에 몰래 사용한 화학안료는 단청 균열의 원인이 됐고, 얼룩 방지를 위해 ‘동유’(희석 테레빈유)를 발라 화재 위험성도 커졌다고 한다. 지반 복구에서는 조선전기 양식을 기준으로 삼고도 시공 편의를 위해 조선전기부터 현대까지의 양식을 섞어놓아 시대적 통일성을 상실했다. 목재, 기와 작업에서도 시공 편의란 명목으로 현대식의 재료, 기법이 활용됐다.

감사원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시공을 하도록 통보했지만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시공 대상으로 지적된 단청, 기와 작업은 지난 복구과정에서 전통기법 적용이 시도됐지만 실패했다. 현대 기술, 장비에 익숙해진 기술자들이 복구 원칙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현대의 기술을 전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숭례문을 재시공할 경우 수리원칙부터 현실적인 문제까지 새롭게 따져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완전한 전통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고증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숭례문의 단청 박락 등을 그냥 두고만 볼 수도 없어서 임시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 쓰러질 듯 … 사적 507호 순천 선암사 대선루 협문
◆문화재 관리부실 다시 확인돼


주요 문화재의 훼손, 관리 시스템의 허점 등이 재확인됐다. 경주 첨성대(국보 31호)는 지반침하로 매년 1㎜ 정도씩 기우는 것이 2009년 확인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 당시 첨성대는 북쪽으로 20㎝ 기울어진 상태였고, 현재도 기울어지고 있다. ‘겸재 정선 화첩’ 등은 어렵게 해외 소재의 문화재를 환수하고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2005년 독일에서 반환된 화첩은 큰 가치에도 불구하고 국보, 보물 등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백자, 외규장각 도서 등 4676점의 환수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소유자 등의 신청이 있어야만 지정을 검토하는 소극적 관행 때문이었다.

정기조사를 통해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보·보물 191건 중 117건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는 시급성이 낮거나 문화재 자체가 아닌 주변정비사업에 예산을 쓰는 엉뚱한 짓을 벌였다. 전체 보수·정비사업 예산의 51.7%가 주변정비에 쓰인 반면, 해당 문화재 보수·정비 지원액은 22.8%에 불과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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