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린 회사·꿔준 회사 모두 사라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하이랜드 스프링스를 인수한 과정에도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유 전 회장의 세모그룹이 부도 나기 전 1990년에 설립된 미국 법인 세모캘리포니아는 그해 하이랜드 스프링스사를 사들였다.
![]()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이랜드 스프링스 리조트 주택지구. 하이랜드 스프링스 리조트 홈페이지 |
문제는 세모그룹이 이 리조트를 인수할 때 회사 돈이 별로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모그룹은 당시 외환은행의 미주 법인이던 캘리포니아 외환은행에서 인수 대금의 절반이 넘는 350만달러를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세모는 세모캘리포니아 설립과 리조트 매입 사실을 세정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은밀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세모그룹은 바로 하이랜드 스프링스 호텔 리조트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직후인 1999년 법인 명칭을 하이랜드 콘퍼런스 앤드 트레이닝 센터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세모는 하이랜드 스프링스 호텔 리조트가 청산됐고, 투자한 돈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금융 당국에 보고했다.
캘리포니아 외환은행도 한미은행으로 넘어갔다가 현재 청산 상태다. 돈을 빌린 회사나 꿔준 회사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측은 이 리조트를 현재도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은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이고 차남 혁기(42)씨도 지분 19%를 갖고 있다.
유 전 회장 측은 하이랜드 콘퍼런스 앤드 트레이닝 센터로 소유권을 넘기기 전에 베어 패밀리라는 회사에 리조트를 먼저 팔았고 이 회사가 다시 현재의 회사에 무상기증한 형식을 취했다. 세모와의 소유·지배 관계를 없애기 위한 세탁 과정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 측이 2008년 베어 페밀리 그린 클럽이라는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운영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회사 돈과 은행 돈으로 하이랜드 스프링스 리조트를 거저 얻은 꼴이다.
나기천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