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칠곡 계모' 형량 줄이려 친딸까지 동원

입력 : 2014-04-10 06:00:00 수정 : 2014-04-10 13:22: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前남편에 친권 넘기기로 해놓고
재판 진행되자 돌연 말 바꿔
지난해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 A(당시 8세)양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임모(35)씨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친딸(10)의 친권까지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딸을 데리고 있는 것이 감형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부터 친딸을 보호하고 있는 임씨의 전남편 최모(37)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5년쯤 성격, 종교, 금전적인 문제로 내가 이혼 얘기를 먼저 꺼냈고 딸의 친권을 넘기는 조건이었다”면서 “작년 10월에 처음 구속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어차피 딸을 데리고 있기 힘들어 보이니 내가 보호하겠다. 친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고 임씨 측에서도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형이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임씨 측은 돌연 말을 바꿨다.

최씨에 따르면 임씨 측은 ‘아무래도 돌볼 딸이 있다는 점이 형을 줄이는 데 유리하니까 일단 친권은 엄마가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대신 모든 재판이 끝난 뒤에 친권을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최씨는 “난 그(임씨)를 믿지 못하며 좋은 감정도 없다. 당장이라도 친권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도 애한테는 별로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구의 한 변호사는 “돌봐야 할 미성년자가 있다는 점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재판에 반영될 수는 있으나 형법상 감형사유는 아니다”며 “게다가 이번 사건은 아동 학대 건인 데다 죄질이 나빠 아마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숨진 A양의 친부 김모(36)씨도 임씨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임씨가 구속된 직후부터 가족·친지를 비롯해 평소 임씨가 다니던 한 종교단체 신도들에게 탄원서 수십장을 받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에는 임씨의 학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A양 친모의 탄원서도 포함돼 있었다.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시민단체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는 “공판에서 만난 김씨에게 ‘딸을 죽이고 탄원서라니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자 ‘난 죽은 딸보다 산 아내가 더 중요하다’며 욕을 하더라”며 “어떻게 그런 철면피가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여성변회)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언론사가 피해 아동 언니의 학교까지 찾아가 무리하게 인터뷰를 하는 등 과열된 취재 경쟁으로 피해자 가족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여성변회 차원에서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입법안을 만들어 제출할 계획도 있는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면서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김민순 기자,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