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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선택자 대부분 주변에 암시

입력 : 2014-04-01 19:07:55 수정 : 2014-04-01 22: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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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자살실태조사’ 발표 # “엄마, 미안해.”

A(17)군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문장이다. A군은 요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의 스마트폰 검색 목록에는 ‘안 아프게 죽는 법’ ‘고통 없이 죽는 법’ 등 자살 관련 검색어가 가득하다. 지난 주말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했다. 스마트폰에 있던 글과 사진도 모두 지웠다.

# “어머니·아버지 잘 모셔라”

B(52)씨는 요즘 들어 그답지 않게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그는 지난달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명예퇴직했다. 부쩍 말수가 줄었고, 입맛도 없다. 방에 틀어박혀 가족들과 대화도 잘 나누지 않던 그가 이상하게도 오늘은 평소와 달리 혼자 이불을 빨아 널어놨다. 어제는 외출을 하더니 돌아오는 길에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 왔다.

◆SNS의 자살암시글은 신호

앞의 사례는 보건복지부의 ‘2013 자살실태 조사’ 가운데 자살사망자의 심리적 부검을 통해 밝혀진 세대별 자살 징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자살 징후는 달랐다. 20대 이하는 우선 학교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하나씩 정리한다.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자살에 관한 사진이나 문구를 쓰기도 하고, 온라인에 남겨놓았던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등 신변을 다각도로 정리한다.

30∼40대는 폭음한다. 이어 주변 사람부터 가족까지 관계가 점차 단절되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경향도 보인다. 50∼60대는 갑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경우가 많고, “죽고 싶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곤 했다.

조사를 맡은 김경일 아주대 교수(심리학)는 “연령이 낮을수록 다수를 상대로 인터넷 등을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경향이 많고, 연령이 높을수록 1 대 1로 자살 암시를 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신과(남)·소화기 질환(여) 호소 늘어


자살 사망자 6000여명의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통해 자살 전 의료기관 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자살 시점에 가까울수록 의료기관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자살 3개월 전에 10∼12개월 전과 비교해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의료이용률이 50% 늘었다. 여성의 경우 소화기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47%가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안용민 서울대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는 정신과보다 우울증과 동반된 불면증이나 소화장애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찾는다”면서 “여성의 경우 이런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암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경우에도 초기 자살률이 높아 주의가 요구됐다. 암 진단 6개월 이내의 사람들은 5년이 지난 사람들에 비해 자살 위험도가 남성은 2.6배, 여성은 3배가 각각 높았다. 반면 암 발생 후 1년이 지날 때마다 자살 위험도는 10%가량 낮아졌다.

세종=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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