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적극적 대응 필요 최근 한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여론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어 한국 외교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물론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배 경험을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조차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 국민들이 결정할 주권 사항”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외교부의 마리아 테레사 라자로 차관보는 지난 21일 한·아세안 기자단 교류 사업차 마닐라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우리가 일본의 재무장 군비증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사이버스페이스 총회 참석차 방한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도 일본의 우경화를 걱정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을 표시했다.
이같이 우리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먼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집단적 자위권은 1945년에 서명·발효된 유엔헌장 제51조에 규정된 주권국가의 고유 권리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는 다른 나라가 허락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원론적 인식이 깔려 있다.
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이 단순히 일본 우경화 요인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중국은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영토갈등을 겪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중국의 입김을 적절히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1조2000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반가운 입장이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전략 대화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반대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한반도 관련 부분에 대해서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제한적 용인’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역사·영토 문제와 기본적으로 다르다”면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을 제쳐놓을 수 없는 만큼 역사·영토 문제는 기존 우리 입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안보도 우리한테 유리하게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요구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라면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일 간 군사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해소하려면 미국이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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