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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 ⑧ 美 버지니아 '트윈 오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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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26 18:38:34 수정 : 2013-09-27 1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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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 네 것’ 없이 모든 것 공유… 상상 속 유토피아 실험 ‘1000명 남짓한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 개인 소유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회. 착하고 성실한 주민은 하루 4시간만 일한다. 서로 경쟁하지도 않고….’

행동주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1905∼1990년)가 소설 ‘월든 투’(Walden Two)에서 그린 심리학적 이상사회다. 반복과 학습을 통해 인간을 변화시키는 행동주의 원칙이 실현되는 이상적인 공동체다.

1967년 이 책을 읽고 감동한 사람들이 세운 공동체가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남쪽으로 2시간 넘게 떨어진 버지니아주 루이자카운티에 위치한 ‘트윈 오크스’ 공동체다. 완전한 자율적 통제를 추구한 ‘행동주의 커뮤니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동체 인원과 노동시간 등도 현실에 맞춰 크게 바꾸었으나 이상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꿈은 그대로다. 특정 종교와 상관없이 46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미국 내 1000여개 공동체 중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자리 잡았다.

◆‘어울려 사는 건 하나의 예술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트윈 오크스에서는 ‘커뮤니티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었다. 미국 전역의 공동체와 생태마을 등에서 온 참가자들이 남쪽 입구 쪽 목조 파빌리온 주변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행사다. 서로 처음 보는 낯선 이들이 3박4일간 어울려 지내면서 자율적으로 일정을 진행하는 모습 자체가 트윈 오크스 생활의 축소판이었다. 파빌리온 지붕에 적혀 있는, ‘어울려 사는 건 하나의 예술이다’(Living together is an art)는 글귀 그대로다.

‘트윈 오크스’ 공동체 남쪽 입구 파빌리온 지붕에 적힌 ‘어울려 사는 건 하나의 예술이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워크숍과 토론, 견학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주최자 1명이 배정돼 있지만 행사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았다. 공지사항을 알리고 문의에 안내하는 정도로 역할은 제한됐다. 모든 일정은 게시판과 안내 표지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아이들 돌보기, 설거지 등 활동은 종이에 각자 봉사가능한 시간을 적어 놓고 조정했다. 외부로 나갈 일이 있으면 게시판에 카풀 가능 시간과 목적지를 적어 놓는 식으로 정보를 나눴다. 바로 트윈 오크스를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141ha(약 43만평) 땅에 들어선 트윈 오크스는 숲속 마을이다. 10∼20m 높이로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오솔길을 걷다 보면 거주건물이, 작업장이, 사무실이 나온다. 주변 곳곳에 걸린 해먹(그물침대)이 삶의 여유로움을 준다.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최대화한 건물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채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트윈 오크스는 반전시위와 히피문화가 넘쳐나던 1960년대 말 캣 킨케이드(1930∼2008년) 등 8명이 땅을 빌려 천막을 치고 시작했다. 반문화운동주의자와 히피, 아나키스트 등이 초창기 구성원이었다. 지금은 7개의 큰 거주건물과 커뮤니티센터, 작업장, 두부공장, 농장 등을 갖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현재 어른 95명, 아이 14명이 생활하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커뮤니티 특성상 구성원 중에 페미니스트, 아나키스트, 게이, 레즈비언 등도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루이자카운티 141ha 땅에 들어선 ‘트윈 오크스’ 공동체는 자연 속에서 평등과 비폭력의 가치를 추구하는 커뮤니티답게 편안하고 아늑한 정취가 느껴진다.
트윈 오크스에서는 친환경적 생활양식과 친환경 에너지 활용, 평등한 인간관계, 새로운 아동 교육 등이 시도되고 있다. 평등과 협력, 공유, 비폭력, 생태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추구한다. 1978년 이곳에서 만난 부모님한테서 태어났다는 스카이(33)는 “2007년부터 5년간 외부에 나가 살아보았는데, 내 핏줄과 같은 느낌에 지난해 다시 돌아왔다”면서 “인간과 관계가 여기서 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공동소유와 자율노동의 공동체

이곳에서는 모든 소득을 공유하며 먹고 입고 자는 것을 공동 비용으로 충당한다. 바깥 사회 예금이나 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과 임대료도 공동 수입으로 귀속된다. 가구나 옷, 침구류, 책 등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커뮤니티에서 제공하지 않는 전화비용이나 담배, 초콜릿, 주류 구입 등에 쓰도록 월 87달러가 주어진다. 건강보험으로 충당되지 않는 개인 약품 구입용으로 월 5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여기에 5∼6년마다 외부 휴가를 가도록 400달러가량을 준다. 개인적으로 돈이 더 필요하면 커뮤니티가 인정하는 프로젝트로 추가 노동을 해야 한다.

한때 ‘트윈 오크스’ 공동체의 주수입원을 차지한 ‘해먹’ 가게가 있는 타차이 건물. 이곳의 건물은 모두 유명한 역사속 공동체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주수입원은 해먹과 두부 등 콩 음식, 가구 판매와 도서색인작업 등이다. 구성원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짠 해먹은 한때 트윈 오크스를 대표하는 상품이었다. 2만개까지 만들던 해먹은 생산량이 6000개로 줄었으나 지금도 전체 수입의 25%를 차지한다. 방문객을 안내한 위저드는 “규모가 큰 판매계약이 깨지면서 해먹 생산이 줄었다”면서 “지금은 매년 두부로 200만달러, 해먹으로 100만달러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윈 오크스는 노동크레디트 시스템과 플래너·매니저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시스템은 소설 ‘월든 투’에 나오는 자치 개념이다.

구성원은 매주 45.5시간의 노동을 한다. 해먹짜기, 두부생산, 소젖짜기, 아이 돌보기, 요리, 정원관리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시간대별로 선택하면 된다. 취미활동도 써넣을 수 있고 남녀 일이 따로 없다. 스스로 작업계획표(워크시트)에 1주일간 할 일을 적어 넣으면 플래너가 조정해 매주 목요일 최종 계획표가 나온다. 작업 1시간이 1크레디트인데, 1달러에 해당한다. 초과 근무는 적립된다. 팜(61)은 아직도 1주일에 70시간을 일한다. 커뮤니티 사무실에 내걸린 현황에 7월31일 현재 1만1697.62달러를 적립한 구성원도 있다.

‘트윈 오크스’ 구성원인 위저드가 작업계획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래너는 최소한의 집행기능을 맡아 일정과 이견을 조율한다. 3명이 18개월을 책임진다. 식당 매니저, 외부접촉 매니저 등 매니저 10여명은 크고 작은 분야를 맡고 있다.

트윈 오크스는 완성된 이상사회가 아니라 이상사회를 향해 가는 곳이다. ‘이곳이 유토피아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를 원한다면 다른 곳을 찾으십시오. 당신이 그곳을 찾는다면 우리에게 엽서를 보내주세요. 우리가 그곳으로 가겠습니다’라는 3주 체험 프로그램 안내 문구처럼.

루이자(버지니아주)=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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