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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슬기로운 명절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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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2 21:10:51 수정 : 2025-10-02 21:10:51
임성균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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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명절이 되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쏟아진다. 집안 어른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어색함이 흐른다. 입을 떼는 건 보통 어른의 몫이다. “그래, 다니는 일은 할 만하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1년에 많아야 두 번 보는 어른들께 나도 모르겠는 나의 인생 계획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추석 밥상머리에 정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이재명이… 윤석열이… 식사 자리는 불편해진다. 그쯤 되면 본전이 생각난다. 왔다 갔다 차비에, 시간에, 소모되는 체력과 정신력… 명절이니 가족을 보러 내려간다는 익숙한 문장은 의무감으로, 부담으로 바뀐다.

추석이란 본디 한 해 농사의 결과물을 얻기 직전, 조상신들께 올해는 풍년이 되기를 바란다며 제물을 바치는 행사였다. 말하자면 우리는 예로부터 집안 어른들께 감사와 기원을 올려왔던 것이다. 불과 몇 세대 전, 3대가 모여 집단으로 농사를 지어가며 살던 시대에는 같은 집안이라는 이유만으로 간섭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집안 어른’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가족의 윗세대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이끌고 조언하는 사람인 것이다. ‘아니, 내가 집안 어른인데 이런 말도 못 하나?’라는 말은 그 시절을 살아온 어른들이기에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임성균 국제부 기자

반면 내가 자란 세대는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 4명인 가정에서 커나갔다. 집안 어른이 맡아오던, 삶의 방향을 이끌고 조언하는 역할은 학교, 학원 선생님들이 대신해갔다. 내 삶에 상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추석이 되면 집안 어른이라는 분께서 나타나 불쑥 내 삶에 상관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충돌하는 거다.

물론 그분들로서는 애정의 표현임을, 관심의 표현의 발로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항상 애정과 관심의 표현은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중요하다. 여우와 두루미의 우화같이, 아무리 애정과 관심을 담아 두루미에게 평평한 접시를 선물해봤자 두루미 입장에서는 자리 한 구석만 차지하는 거북한 선물 아닐까.

세대와 환경이 변하더라도, 가족들이 모처럼 함께 모여 ‘좋은’ 시간을 나누는 것은 변하지 않는 명절의 의미다. 어찌 보면 애정과 사랑을 표현할 알맞은 방식을 찾지 못한 어른들께 손아랫사람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건네어 보는 건 어떨까.

윷놀이든 뭐든 공통의 대화 주제를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것이든 제시해 ‘불편한 질문’이 오갈 새가 없도록 손쓰는 게 명절 시즌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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