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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광풍] 몬테소리·프뢰벨… 철학은 없고 빈껍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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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05 19:46:29 수정 : 2013-08-06 16: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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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외국학자 이론 겉으로만 차용
상품가치 높이고 학부모 현혹시켜…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이론, 시치다 마코토(七田眞) 박사의 우뇌교육, 마리아 몬테소리의 교육철학….’

사교육 업체의 홍보문구에는 하나의 공식처럼 이같이 유명 교육철학자들의 이론이 따라붙는다. 상품가치를 높이고 부모의 믿음을 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중에는 실제 이론과 관계없이 이론의 ‘껍데기’만 차용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사교육 업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다중지능이론은 원래 언어와 수리력 등 이른바 ‘공부머리’로만 사람의 지적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에서 나왔다. 사람마다 신체운동과 음악, 공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다른 강점이 있으니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에서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영유아기에 8가지 재능을 고루 개발해야 한다’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광주교대 황윤한 교수(교육학)는 “다중지능은 조기교육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론”이라며 “여러 사교육 업체에서 다중지능이 높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중지능에 부모들의 관심이 쏠리자 한 다중지능 관련 연구소는 피문학이란 이름으로 생후 12개월 이상 영유아의 지문을 찍어 다중지능을 분석하는 프로그램까지 내놨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다중지능을 측정한다는 발상도 우습거니와 지문으로 지능을 측정한다는 것은 점술가가 손금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창의력과 수리력을 키워준다는 교구 ‘가베(은물)’도 가베를 처음 고안한 프리드리히 프뢰벨의 원래 이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프뢰벨은 장난감이나 유아교육이라는 개념이 없던 19세기 당시 어린이들에게 종교적인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가베를 만들었다.

이기숙 이화여대 교수(유아교육)는 “가베는 원래 신과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걸 가르쳐주기 위한 교구였는데, 다루는 방법이 상당히 복잡하고 자유롭지 못해 창의력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며 “지금 교구업체에서 빌려 쓰는 이론은 본래 내용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몬테소리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목표로 등장한 교육교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기교육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론의 여지가 많은 외국 학자의 교육법이 영재교육으로 둔갑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S교육원은 “24개월 이전에 우뇌교육을 하지 않으면 우뇌 재능이 급격히 감퇴한다”는 한 일본 박사의 주장을 토대로 0세 조기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0세 대상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두뇌 발달을 고려한 적기교육이라는 게 이 업체의 주장이다.

그러나 서유헌 한국뇌연구원 원장은 “2세까지는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시기로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 시기에 우뇌와 좌뇌를 구분해 교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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