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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안전루트 라오스의 돌변… "北 해외공작팀 가동"

입력 : 2013-05-29 14:02:14 수정 : 2013-05-29 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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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제비' 출신 9명 강제추방 파장
시간 끌던 라오스, 결국 中 추방… 北 관계자 조사 참여·호송 동행
여행서류 등 갖춰 中개입 여지 적어…정부, 북송 저지 총력… 대책 고심
‘북한에 허를 찔렸다.’

한국행을 희망하던 탈북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강제 추방된 데는 북한의 ‘외교적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은 대부분 동남아 국가를 거쳐 국내로 입국했다. 라오스는 이런 ‘동남아 루트’ 가운데서도 가장 안정적 루트로 손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이 올해 초부터 탈북자 단속 및 귀환 대책을 크게 강화하고 주요 탈북 루트인 동남아 국가들에 외교적 압력을 넣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이번 추방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례적인 추방 과정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15∼22세로 추정되는 남자 7명, 여자 2명의 탈북자들은 지난 10일 한국인 부부의 안내를 받아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었다. 이들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현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이민국에 억류됐다.

현지 우리 대사관은 이들의 수용 사실을 파악한 뒤 라오스 정부에 수차례 신병인도를 요청했다. 라오스는 그동안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는 1∼2주간의 조사를 거쳐 우리 측에 신병을 넘겼다.

라오스는 이번에도 초기에는 관례대로 우리 측에 신병을 넘길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지난 23일부터 갑자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시간을 끌더니 27일 전격적으로 이들을 중국으로 추방했다. 우리 대사관에는 사후에 추방 사실만 통보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다룬 전문가들은 라오스의 이 같은 태도를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입김 작용한 정황

현지에서는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관의 개입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말을 쓰는 사람이 이들 탈북자 조사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국으로 추방될 때 북한의 관용여권을 소지한 사람들도 동승한 점도 북한 개입설을 굳히고 있다. 작년 5월 리영호 당시 북한군 총참모장이 라오스를 방문했고 같은 해 8월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라오스를 찾는 등 김정은 체제 들어 양국 간 고위 인사 교류가 부쩍 늘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부터 국가안전보위부 내 ‘해외 반탐(反探·대간첩)’ 업무를 맡은 3처 내에 ‘탈북자 귀환 공작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처는 외부와 연계된 북한 내 반체제 인물을 추적하고 중국 내 브로커와 탈북자 정보 수집, 납치, 유인공작을 벌였다. 3처는 최근 노동당 대남공작부서를 부분적으로 흡수하면서 해외 공작을 크게 강화했다.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 인근의 한 움막에 탈북 ‘꽃제비’(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는 가난한 북한 어린이)들이 모여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 탈북자 북송 저지 총력


그동안 탈북자들의 주요 입국 루트였던 ‘동남아 루트’의 안전성이 흔들림에 따라 정부는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중국을 상대로 이들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여행 서류를 갖추고 있고, 호송하는 사람들도 관용여권을 갖고 있기에 법적으로 중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은 자국에서 적발된 탈북자들을 변방부대가 관리하는 구금시설에 수용한 상태에서 선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 일행은 이날 현재 항공편으로 중국의 지방도시에 도착한 상태다. 해당 공항에는 평양 직행편이 없기에 당분간 육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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