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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딸 등에 피멍, 친구와 싸워서 생긴 거라니…"

입력 : 2013-05-02 13:44:01 수정 : 2013-05-02 13: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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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어린이집 폭행 피해아동 어머니 분통
“아이가 자다가도 몇 번씩 부르르 떨면서 깨고 엄마를 찾아요. 등에 난 상처는 가라앉겠지만 우리 아이 마음에 남은 상처는 어떻게 하나요.”

지난 달 27일 기자와 통화하던 김모(28)씨의 긴 한숨이 수화기를 타고 귀에 꽂혔다. 차분하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이내 그는 울먹였다.

김씨는 지난달 부산 수영구 D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다. 그는 집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곳에서 남편과 중국집을 운영하느라 4월 1일부터 두 딸을 D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리고 18일 겨우 17개월 된 둘째 딸이 등에 얼룩덜룩한 피멍이 맺힌 채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오후 4시쯤 애가 동갑내기 남자친구랑 싸워서 등에 멍이 들었다고 전화가 왔을 때만 해도 별일 아닌 줄 알았어요.”

보육교사 A씨는 기저귀를 갈다가 피해 아동 등에 난 멍자국을 발견했다고 했고, 남자친구와 케이크를 서로 먹겠다고 치고받고 싸운 경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다툰 남자 어린이가 다른 아동들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린이들끼리 싸운 상처치고는 너무 심해 일단 사진을 찍어뒀다. 다음날 아침 김씨는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자녀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데리고 간 것이 지금도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그날 평소 현관문에서 아동들을 받던 A교사가 주차장으로 쏜살같이 달려나왔다.

아이의 상처 사진을 본 김씨 시어머니가 그날 오후 손녀를 병원에 데려갔다. 상처를 본 의사는 “어른이 때린 것이고, 이 정도 멍이 들면 폐에 이상이 생기거나 아이가 놀라 경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 입원을 권했다. 의심은 했지만 막상 “어른이 때린 것”이라는 말을 듣자 김씨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린이집에 찾아가 CC(폐쇄회로)TV를 보여 달라고 하자 원장은 “양이 많으니 빠른 속도로 보라”고 했다. A교사가 손바닥으로 아이 등을 두 차례 거칠게 후려치고 패대기치듯 눕히는 모습이 나왔다. 김씨는 심장이 멎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A선생님이 세게 때리긴 했지만 두 번 때려서 이런 상처가 나올까요. 원장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니 너무 답답해요.”

CCTV에는 원장이 아이를 데리고 원장실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에 손을 잡고 나오는 모습만 찍혔다. 전·현직 교사들이 원장도 아이를 폭행했다고 증언했지만, 원장실에는 CCTV가 없어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일이 터진 후 원장이 다른 엄마들한테 ‘가정폭력인데 어린이집에 뒤집어씌웠다’고 얘기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억울하고 분하더라고요.”

폭행은 절대 없었다며 김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원장은 CCTV 공개 후 고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김씨와 마주치자 “죄송하다. 관리를 잘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듣고 싶은 것은 원장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솔직한 답변이다.

D어린이집의 학부모 31명은 1일 원장이 김씨 딸을 원장실로 끌고 가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엉덩이를 때리는가 하면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증언을 담은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애를 업고 일을 했어요. 애한테도 못할 짓인 것 같아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그게 뼈저리게 후회돼요.”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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