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경파 군부의 벽 못 넘은 온건파… 김정은 리더십 시험대에

입력 : 2012-03-18 23:55:12 수정 : 2012-03-18 23:55: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승계 축포’ 땐 美와 협상 여지… 사거리 중장거리로 조정 가능성
내부 정책·노선 갈등 가시화… 장성택 정책 조율능력도 의문시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력자이자 실세로 꼽히는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밝힌 위성 발사계획 시점(4월12∼16일)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은 기간 내에 협상이 이뤄질 여지는 있다”며 “과거의 경우처럼 미국에 북한 과학자들을 참여시키는 형태로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거나 인공위성 사거리 자체를 미국까지 도달하는 7000㎞ 정도의 장거리가 아닌 중장거리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공위성 목적이라면 1000∼2000㎞만 날아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위성발사 준비 기간과 중첩되는 북·미 협상 기간에 북·미 간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15일)과 강성대국 진입 선포, 이때를 전후한 김정은의 당 총비서 또는 국방위원장 승계를 염두에 둔 ‘축포’ 이상이라면 얘기는 더 심각해진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 정도면 선군정치 계승자로서의 총비서 등극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로 충분하다”며 “만일 향후 핵실험까지 강행한다면 북한 내의 심각한 정책갈등 가능성과 김정은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으로 정치적 자살행위이고 장성택도 속 빈 강정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대왕함 北 미사일 발사 대비 1000㎞ 이내의 모든 비행물체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SPY-ID(V) 레이더를 장착한 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이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다음달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등 2척의 이지스함을 서해와 남해에 배치해 미사일 궤적 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해군 제공
북한이 아무리 실용적인 인공위성 목적이라고 강조해도 위성 발사는 원리가 같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한 유엔 결의안 1874호를 위반하는 행위다.

장 연구위원은 “유엔 결의안 1874호를 위반하는 동시에 2·29 북·미 합의 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김정일 유훈을 등에 업고 대외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온건 성향의 협상파가 결국 군부 등 강경파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정책 갈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정책·노선 갈등이 가시화되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대외협력 부문사업을 주도하는 장성택의 정책 조율 능력과 지도력이 의문시될 수 있다”고 장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최고영도자’ 김정은의 지도력을 문제 삼는 데 대해 북한은 발끈하겠지만, 미국과 2·29 합의를 해놓은 마당에 느닷없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은 내부 정책 혼선으로 비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미국과 식량지원 합의를 한 상태에서 식량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성발사를 하겠다는 것은 향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되면 장거리미사일과 핵을 포함한 모든 것을 놓고 통 크게 협상하자고 나올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