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책·노선 갈등 가시화… 장성택 정책 조율능력도 의문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력자이자 실세로 꼽히는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밝힌 위성 발사계획 시점(4월12∼16일)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은 기간 내에 협상이 이뤄질 여지는 있다”며 “과거의 경우처럼 미국에 북한 과학자들을 참여시키는 형태로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거나 인공위성 사거리 자체를 미국까지 도달하는 7000㎞ 정도의 장거리가 아닌 중장거리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공위성 목적이라면 1000∼2000㎞만 날아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위성발사 준비 기간과 중첩되는 북·미 협상 기간에 북·미 간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15일)과 강성대국 진입 선포, 이때를 전후한 김정은의 당 총비서 또는 국방위원장 승계를 염두에 둔 ‘축포’ 이상이라면 얘기는 더 심각해진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 정도면 선군정치 계승자로서의 총비서 등극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로 충분하다”며 “만일 향후 핵실험까지 강행한다면 북한 내의 심각한 정책갈등 가능성과 김정은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으로 정치적 자살행위이고 장성택도 속 빈 강정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대왕함 北 미사일 발사 대비 1000㎞ 이내의 모든 비행물체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SPY-ID(V) 레이더를 장착한 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이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다음달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등 2척의 이지스함을 서해와 남해에 배치해 미사일 궤적 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해군 제공 |
장 연구위원은 “유엔 결의안 1874호를 위반하는 동시에 2·29 북·미 합의 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김정일 유훈을 등에 업고 대외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온건 성향의 협상파가 결국 군부 등 강경파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정책 갈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정책·노선 갈등이 가시화되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대외협력 부문사업을 주도하는 장성택의 정책 조율 능력과 지도력이 의문시될 수 있다”고 장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최고영도자’ 김정은의 지도력을 문제 삼는 데 대해 북한은 발끈하겠지만, 미국과 2·29 합의를 해놓은 마당에 느닷없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은 내부 정책 혼선으로 비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미국과 식량지원 합의를 한 상태에서 식량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성발사를 하겠다는 것은 향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되면 장거리미사일과 핵을 포함한 모든 것을 놓고 통 크게 협상하자고 나올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