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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녀’ 오명 50대 주부, SNS 마녀사냥에 울다

입력 : 2012-02-29 08:33:46 수정 : 2012-02-29 08: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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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달려와 부딪혀 나도 화상 입었는데… 테러범·죽일사람 돼”
채선당 임신부·선빵녀 사건 등 진위 안가린 주장 무차별 확산… 신상털기 등 가혹한 2차 피해

“한순간에 극악무도한 ‘화상 테러범’이 되어 있었어요.”

2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만난 A(53)씨는 “세상이 너무 무섭다”며 울먹였다. 최근 인터넷에서 ‘국물녀’로 알려진 A씨는 “경황이 없어 아이가 많이 다쳤다는 것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식당가에서 된장국을 들고 가던 A씨는 갑자기 달려나온 아이와 부딪혀 국물을 쏟았다. 

손에 화상을 입은 A씨는 직원의 도움으로 응급처치를 받았고, 아이도 다쳤다는 것을 알았지만 상처가 심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또 아이 엄마가 아이와 함께 화장실에 간 것을 집에 간 것이라 오인해 자리를 떴다. 

그러나 아이의 부모가 인터넷에 ‘아이 얼굴에 된장국물을 쏟고 사라진 여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면서 평범한 주부였던 A씨는 하루아침에 극악한 범죄자로 낙인찍혔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방적 주장을 담은 글들이 SNS 등을 통해 무차별 살포되면서 ‘마녀사냥’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의 몰상식한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일어난 단적인 사례는 ‘종업원 임신부 폭행’ 논란이다. 

한 임신부가 충남 천안의 프랜차이즈 식당 채선당에 갔다가 불친절한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네티즌들은 즉각 채선당 불매 운동을 벌이며 비난전에 나섰고, 급기야 채선당은 즉각 해당 영업점을 폐쇄하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종업원이 임신부의 배를 걷어차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사건을 촉발한 임신부를 융단 폭격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에는 ‘지하철 4호선 선빵녀’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해당 여성에 대한 신상털이가 극에 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09년 3월 SNS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46%가 모욕·언어폭력을 경험했고, 32.6%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트위터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이 재생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자정 노력과 함께 ‘퍼나르기’가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희·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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