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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치느냐” 물음에 “쳐도 친다고 말 못해” 말 흐려

입력 : 2011-09-02 11:16:50 수정 : 2011-09-02 11: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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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팀, 염전 다시 가보니…

일부 염전에서 함초 등을 죽이기 위해 농약을 친다는 세계일보 보도 직후 해당 지자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한 달여 만인 8월30∼31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지자체 관계자들과 함께 방문한 일부 염전에서 여전히 농약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대부분 염전은 취재팀의 1차 방문 때(7월 말)와 달리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풀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염전에는 새 함초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태풍 등 요인으로 대대적인 청소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농약병 그 자리에 그대로 방치해 놓고… 8월30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농림수산식품부·전남도 관계자들과 함께 찾은 전남 해남의 한 염전에 한 달여 전 발견된 농약병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창고 잠기고 농약병 감춰져 있어

8월30일 오후 2시쯤 전남 해남 A염전 입구에 들어서자 자재 창고 입구를 합판으로 가리고 대못을 박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취재팀이 7월27일 방문할 당시 이 창고는 열린 상태였으며, 안에서 제초제인 그라목손 2상자가 발견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염전 주인은 “창고를 왜 가렸느냐”는 질문에 “장마로 비가 들이쳐 막아 놓았다”고 대꾸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겠느냐”고 요청하자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고추 등 밭작물 농사에 쓰기 위해 제초제를 보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군 관계자가 “염전 외에 다른 농사도 짓느냐”고 묻자 그는 “소금만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의 얼굴에 당혹스런 표정이 비쳤다.

이곳에서는 한 달여 전 집단폐사된 물고기가 발견됐는데, 염전둑에 말라 죽은 풀들만 즐비한 채 새 풀이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염전 주인은 묻지도 않았는데 “장마 탓에 바닷물에 민물이 합쳐지면서 물고기가 죽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중부지방에만 비가 내렸고 남부지방에는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어떤 곳을 확인했기에 농약으로 인한 함초 고사 흔적이 하나도 없다고 도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군 관계자는 “증발지까지 안 들어갔고 염전 업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초제 쌓아놨던 창고 합판으로 가리고… 7월27일 전남 한 염전의 자재창고에서 제초제인 그라목손 상자 2개가 발견됐으나, 8월30일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창고 입구가 합판으로 가려 있었다.
오후 4시 들른 해남 B염전도 한 달여 전과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제1증발지 주변에 여전히 함초가 자라지 못한 채 앙상하게 마른 함초만이 있었다. 염전둑을 더 걸어 들어가자 한 달여 전 취재팀이 확인한 그라목손 빈병 2개가 그대로 있었다. 30여m 떨어진 곳에서는 살충제인 지오릭스 병이 발견됐다. 지난달 용액이 반쯤 담긴 채 검은색 플라스틱 관 옆에 있던 병은 빈 채로 플라스틱 관 안에 옮겨져 있었다.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나올 때 인근의 염전 임대업자 C씨가 다가왔다. C씨는 “혹시 농약을 치느냐”는 질문에 “(농약을) 쳐도 친다고 말할 수 없고, 봤어도 말 못 한다”고 말했다. B염전의 한 관리자는 “장마 때 염전이 잠기면서 농약병이 떠내려 올 수 있다. 임대계약할 때 ‘농약 사용 금지’라는 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오후 6시 도착한 해남 D염전의 증발지는 염전둑 사이로 함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곳과 함초가 말라죽거나 없는 곳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군 관계자는 “양쪽 주인이 서로 다르다”고 했다. 한 달여 전 취재팀이 확인한 농약병은 없었다.


빈 병 관 속에 감춰 ‘눈 가리고 아웅’? 8월30일 찾은 전남 해남 한 염전에서 플라스틱 관 안에 살충제인 지오릭스 병이 놓여 있다. 7월26일 취재 당시 이 농약병은 관 밖에 방치돼 있었다.
◆“대대적인 환경개선 작업 펼쳤다”


이튿날 전남 신안군과 영광군 염전 5곳을 방문했다. 한 달여 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D염전은 살충제 등 농약 플라스틱병 서너개가 염전둑에 박힌 채 발견된 곳인데, ‘다른 염전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했다. 농약병은 자취를 감췄고 여기저기 방치돼 있던 폐자재도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인근 염전에서 발견된 고압분무기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농약 살포용이 아니라) 함수를 보관하는 해주와 소금창고를 청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소는 장마철이나 겨울에 하는데 취재 당시는 한창 채염할 때였다”고 지적하자 그는 “업자가 그렇게 말했다”고만 했다.

신안군 E염전에서도 농약병이나 봉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달 들어 전남지역에 큰비가 내린 점도 환경 개선에 한몫한 듯해 보였다. 영광군과 신안군 관계자들은 “대대적인 환경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장마가 맞물려 환경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G염전의 염전둑과 도랑에서는 이번에도 농약 봉지와 사각 플라스틱 통이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옆 논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했다. 논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다른 취재 대상 염전과 달리 이 염전 4, 5m 옆에는 논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염전둑의 함초들은 한달여 전 때와 마찬가지로 고사한 모습이었으나 증발지에서는 어린 함초들이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고사한 함초에 대해 ‘지난 겨울에 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안군의 한 염전 대표는 일부 업자의 문제로 인해 천일염 산업 전체가 불신을 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일염 산업 자체가 영세해 일부 관리가 미흡한 곳도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느냐. 천일염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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