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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칼럼] 美 위기 징후와 동맹전략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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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2 22:46:53 수정 : 2025-11-02 22: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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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과학기술 부상 美 패권 흔들어
한·미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처럼
동맹 차원 기술·핵억제 역량 강화
공동 연구기관 신설 등 대책 필요

한·미 관세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대미투자 압박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내 경제에 미칠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투자 총액이나 방식에 관해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핵연료 공급을 우리 측이 직접 요청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승인하는 이례적인 결정도 이루어졌다.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었던 협상 의제들에 대해 최대한 국익을 방어하면서, 오히려 자주국방이나 동맹 차원의 억제태세도 강화할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냉전기 이래 세계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의 리더십이나 국력 수준이 약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특히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가 점차 중국 등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지난 5월에 세상을 떠난 하버드대학의 국제정치학자 조셉 나이 교수는 프린스턴대학 로버트 코헤인 명예교수와 공동으로 집필한 생애 마지막 에세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파나마운하의 관할권을 회복하겠다는 정책을 공표하고, 전통적인 우방국들에 대해서도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 국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인 소프트파워를 손상시키고 결국 미국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증진시키면서 미국이 구축해 놓은 국제동맹과 제도들을 대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도 중국서 4개월간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이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태양광, 고속철도 등의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반면, 중국은 매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350만명의 학생을 배출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인류의 미래는 이제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진보성향의 미국 지식인들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방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에 속한 로버트 피터스와 같은 군사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급속하게 핵능력을 강화하는 추세를 소개하면서 미국의 핵능력이 2035년 이후에는 오히려 중·러 양국의 합계 전력에 비해 열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응하여 그는 미국이 기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전략 및 전술핵탄두를 배가시킬 것을 주장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이 여타 강대국과의 전략적 경쟁과정에서 과학기술이나 핵 태세 분야의 우위를 상실하는 것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약화는 글로벌 자유무역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동맹 차원에서 구축된 확장억제 태세의 신뢰성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선업 능력을 활용하여 미국 해군의 함선 건조를 지원하기로 한 마스가 프로젝트처럼,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역량이나 핵억제 태세가 강화될 수 있는 동맹 차원의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자금들이 자유민주주의 전체 국가들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 및 핵억제 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능력과 제도의 구축에 활용되도록 미국과 추가 협의할 필요가 있다. 55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한 일본 등과 공동보조를 맞추어 협상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 예컨대 나토 회원국들이 이탈리아 로마에 공동의 국방대학을 설치한 것처럼, 한·일을 중심으로 하는 태평양 지역 대미 동맹국들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안보와 경제전략을 논의하는 공동의 연구기관을 서울 용산공원 등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한·미·일 3국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AI나 로봇 등 핵심 과학기술 분야를 공동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신설하는 방안 등도 “글로벌 책임강국”을 지향하는 한국 동맹전략의 새로운 과제로서 적극 추진해 봄직하지 않을까 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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