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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안되는 줄 알면서도…' 실패한 '吳의 선택'

입력 : 2011-08-24 20:47:42 수정 : 2011-08-24 2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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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패배로 귀결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사실상 예견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이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가 기습통과시킨 무상급식조례에 반발해 올들어 제기한 주민투표는 시작부터 험로였다.

무상급식 시행의 주체가 엄연히 서울시교육청임에도 재원지원 역할만을 맡은 서울시가 제동을 거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결사 저지를 거듭 다짐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무상급식은 6.2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올라 이미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책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도시의 수장이지만 엄연히 지방자치단체장인 오 시장이 이같은 대세를 거스르면서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론은 민주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됐었다.

오 시장이 12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오 시장이 차기 대권 프레임 안에서 주민투표를 강행한다는 비판은 이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환경도 녹록치 않았지만 시정전반에 대한 비판도 부담이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 올인하는 사이 서울시의 핵심시책인 서해뱃길 사업이 올들어 경제성 미진과 특혜의혹으로 얼룩졌다.

서해뱃길 사업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재심청구와 양동작전을 펼친 오 시장의 행보는 시 안팎에서는 '내치에나 충실하라'는 비아냥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 시장에게 결정적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지난달 말을 전후로 서울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였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었던 강남지역에 집중된 비로 인해 발생한 인적, 물적 피해의 상당부분은 오 시장의 재임기간 내내 계속되어온 '디자인 서울'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즉각적인 비판이 일었다.

그동안 주민투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나라당내에서 호의적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수해는 주민투표 전선에서 오 시장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렸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12일 대선불출마 선언에 이어 21일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 진퇴를 걸면서 '벼랑끝 승부'를 스스로 재촉했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악수(惡手)'를 거듭한 오 시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21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보인 눈물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주민투표를 강행한 오 시장의 의지는 중심을 못잡고 있는 대한민국 미래복지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해석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올 수 있다.

오 시장의 측근은 "그 어떤 정치인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이처럼 냉정함을 갖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가 모든 주변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돌변할지 몰랐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오 시장 주변에서는 당초 주민투표가 시의회와 시교육청, 그리고 일선 자치구로 기울어진 힘의 추를 시쪽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 시장도 수차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민투표가 시행되지 않으려고 그동안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어쨌든 주민투표 패배로 인해 오 시장의 정치적 모험은 일단 실패로 끝나게 됐다. 본인의 공언대로 시장직을 내놓게 됐고, 앞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인한 각종 논란을 고스란히 오 시장의 책임으로 지워지게 됐다.

하지만 오 시장으로서는 마냥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 시장의 더 큰 꿈, 차차기를 향한 오 시장의 입지는 되레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일개 정치인에 불과했던 오 시장의 정치적 위상은 주민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정점에 달한 현재 어느새 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격상됐다.

'전면 무상급식은 복지포퓰리즘이자 나라 망치는 길'이라는 인식을 보수계층에 각인 시키면서 다른 정치인들보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오 시장은 차차기 대선주자중 선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중 5% 안팎을 맴돌던 처지를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결국 오 시장의 '미래가치'는 주민투표 패배에도 불구하고 높아졌으며, 앞으로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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