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감정조절 등 문제성 높아
정보 내용·습득 방식 따라서 차이
조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시급
어린이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얼마나 허용하는 것이 괜찮을까? 디지털 미디어 사용시간이 급증하고 점점 더 어린 나이에서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하면서 학계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수년 전부터 많은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히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보여주기 시작하는 연령도 점점 어려지기 시작했는데, 2세와 5세 사이 어린이가 매일 접하는 스크린 타임이 미국에서 평균 2.5~3시간이었고(Madigan et al., 2019, JAMA Pediatrics),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184분으로 3시간이 넘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의 3배가 넘는 양이다. 미국소아과학회는 5세 미만 어린이의 디지털 미디어 시청시간을 하루 1시간 이하로 권고한다.
2019년에 미국의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라는 NGO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8세와 12세 사이의 아이들은 하루 평균 디지털 미디어 시청시간이 4시간44분, 13세와 18세 사이 청소년의 시청시간은 무려 7시간22분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고소득 부모의 아이들의 하루 평균 디지털 미디어 시청시간은 하루 2시간 미만이었던 반면, 저소득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청시간이 더 많았다며 이 NGO는 이러한 트렌드가 장기적으로 사회의 빈부격차에 따른 뇌 발달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 경고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시청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들의 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이러한 트렌드가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실제로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까? 올해 7월 말에 국제저널 ‘인간 개발 및 역량 저널(Journal of Human Development and Capabilities)’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10만명이 넘는 18~24세 사이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세 이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성인들이 더 늦은 시기에 스마트폰을 가졌던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큰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다고 확인했다. 전 세계에서 정신건강에 관련된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마인드 프로젝트(Global Mind Project)의 데이터를 분석한 이 논문의 연구진은 13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더 높은 자살률, 공격성과 현실감각의 부재를 보였으며, 감정조절 능력과 자존감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들은 더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할수록 증폭되었으며, 마음건강지수(Mind Health Quotient)를 비교했을 때 13세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젊은 성인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30점을 기록한 반면, 5세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성인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1점을 기록할 만큼 충격적일 만큼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는 모든 지역, 문화와 언어를 통틀어 큰 차이 없이 나타났으며, 그만큼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의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로 이 연구를 주도한 사피엔스랩의 뇌과학자 타라 타아가라잔(Tara Thiagarajan) 박사는 마치 청소년에게 음주나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것처럼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은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일부 연구에서는 영상 시청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직접적으로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다. 미국 오하이오대의 연구진이 유치원 이전의 아이들 47명의 뇌를 분석한 결과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관련된 영역의 뇌 백질 보전성이 디지털 미디어 시청을 통해 낮아졌다(Hutton et al., 2019). 하지만 미국 전역의 21개 데이터 수집 사이트에서 1만2000명에 가까운 청소년의 뇌와 정서 발달 등을 연구한 대규모 종단연구인 ABCD(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의 데이터를 총합해서 살펴본 결과 디지털 미디어 시청이 직접적으로 일괄적인 청소년의 뇌 구조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거로 결론 내렸다(Miller et al., 2023). 같은 ABCD 연구를 기반으로 2년마다 뇌 영상 이미지를 촬영한 9~10세 아이들의 뇌를 살펴본 결과 디지털 미디어 시청시간이나 소셜미디어 사용시간이 직접적으로 뇌의 대뇌피질이나 선조체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킨 영향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아주 미세하게 소뇌 발달 회로에 있어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는 있었다(Nivins et al., 2024). 이 연구의 저자들은 법적인 청소년의 스마트폰 제한을 뒷받침할 뇌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일괄적이고 종합적인 뇌 발달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통해 어떠한 정보를 접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른 차이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와 함께 사용하거나, 적절한 통제 아래 사용 시에는 학습효과가 증가한다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특정 미디어나 SNS 사용은 제한하고, 어떻게 AI(인공지능)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지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이 일찍부터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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