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검찰수사로 드러난 승부조작 규모에 축구계 충격

입력 : 2011-07-07 16:08:34 수정 : 2011-07-07 16:08: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선수만 55명 연루..구단 책임론 부상 축구계가 7일 프로축구계 전반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던 승부조작의 윤곽을 드러내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큰 충격에 빠졌다.

검찰은 지난달 1차 수사를 통해 승부조작에 연루된 9명의 선수를 기소한 데 이어 2차 수사에서 무려 46명의 선수를 검은 거래의 당사자로 적발했다.

K리그에서 뛰거나 뛰었던 55명의 축구선수가 한꺼번에 법의 심판대에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일부 연봉이 적은 선수들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차 수사 결과 승부조작의 마수는 예상 외로 넓게 퍼져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연봉이 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까지 연루돼 축구계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위상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검찰의 추가 수사 결과가 발표된 7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승부조작 사건이 처음 터진 뒤 프로연맹은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을 불러모아 워크숍을 열어 재발 방지를 결의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영구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그칠 뿐, 승부조작을 근원적으로 막을 묘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승부조작 가담자에 대한 프로연맹의 영구 자격정지 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너무나 쉽게 승부조작 유혹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축구계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스포츠계의 풍토가 대규모 승부조작을 가능케 하는 원인이라고 꼽기도 한다.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의 승부조작은 선배 선수가 후배에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후배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채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맥락에서 일선 구단들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수 KBS 축구해설위원은 "1차 수사 결과 발표 후 사법적으로 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일단 선수들만 징계해 서둘러 사건을 봉합하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면서 "구단도 승부조작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에서 수많은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구단이 모르고 있었다는 변명에 대해 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위원은 "승부조작에 대한 완벽한 대책은 있을 수 없다"며 "어린 선수들부터 승부조작이 나쁘다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1차 수사에서 일부 선수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를 악용해 컵대회 경기에서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로 2군 선수들이 출전하는 컵대회 두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이 밝혀져 컵대회 경기만 스포츠토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2차 수사 결과 정규리그 13경기에서도 승부조작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완벽한 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정규리그 경기도 스포츠토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아예 리그 경기를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유럽축구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으로 선수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종종 있었으나 리그 경기 자체가 중단된 적은 없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최근 프로구단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진 뒤 승부조작이 재발하면 리그경기를 아예 중단하고 해당 구단을 K리그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7일 이후 발생할 것에 대비한 처방이어서 이미 벌어진 승부조작을 제재할 수단은 되지 못한다.

승부조작으로 리그 자체를 중단시킨 사례는 해외나 국내에서도 없을 정도로 물리적으로 어려운 만큼 구단에 적절한 책임을 묻을 수 있는 '승강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승강제를 시행해 문제가 있는 구단을 하부 리그로 내려 보내도록 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승부조작이 일어나는 구단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축구계에서는 승강제를 도입하자는 쪽의 의견이 많지 않아 이 대책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