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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층 사무동 어지러울 정도로 흔들렸다”
구청 퇴거명령에 상인들 “물건은 어떡해…”
“자리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의자가 흔들렸어요.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여서 모두 놀라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사무동 건물인 ‘프라임센터’ 37층에 근무하는 박모(38)씨는 5일 오전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건물을 빠져나온 후에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씨는 “9년 가까이 이 건물에서 일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뭔가 이상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퇴거명령’으로 상주인원 수천명이 대피한 이번 사태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반 변형이나 기초부재 손상 등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철저한 안전진단을 주문했다.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소재 테크노마트의 사무동 건물이 흔들려 입주자 수천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출동한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제원 기자
혹시 ‘제2의 삼풍백화점’?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건물에 ‘이상 진동’이 발생한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지상 39층·지하 6층 규모의 건물 중·고층부가 상하로 흔들리자 건물 안에 있던 300∼500명이 곧장 밖으로 대피했다.

건물 앞은 대피한 직원들과 시민들로 금세 혼잡해졌고,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흔들림으로)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도 ‘제2의 삼풍백화점 사고’가 우려된다며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테크노마트 건물이 흔들려서 시민 대피 중. 구조대도 출동.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린다”고 전했다. “몇 년 전부터 가끔 흔들렸는데 부실공사 의심이 듭니다. 관계당국은 안전점검을 철저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진동이 가라앉은 후에는 ‘최소인원만 남기고 모두 대피해야 한다’는 구청 측과 ‘진동이 크지 않았고 건물에는 이상이 없다’는 ㈜프라임개발 측의 입장이 충돌해 한때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진구가 ‘3일간 퇴거명령’을 결정한 오후 2시가 지나서야 상황이 정리됐다. 경찰은 건물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입주자 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건물 관리소도 “자체적으로 조기 퇴근할 것을 권장하니 협조바란다”고 안내방송을 계속 내보냈다.

철수하던 입주 상인들은 불만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판매동 9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이쪽에선 흔들림을 전혀 못 느꼈다”면서 “식재료를 다 두고 나왔는데, 다 썩으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0층 높이의 판매동에는 할인마트와 가전제품관, 생활명품관, 멀티플렉스극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입주자 등 3000명 규모의 건물 상주 인원은 이날 오후 6시를 넘어서며 대부분 빠져나갔으나, 1층 귀금속 상인 일부는 늦은 시각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5일 밤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들이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지하 6층에서 건물변형 여부를 조사하는 등 긴급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테크노마트는 이날 오전 상하로 흔들려 입주자 퇴거명령이 내려졌다.
송원영 기자
지반 변형, 건물 기초부재 손상?


건축 관련 전문가들은 테크노마트 같은 고층 건물이 상하로 흔들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건물을 지지하는 기초부재 일부가 파손되거나 지반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대 홍성걸 교수(건축학)는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상하 진동이 왔다는 것은 면밀히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지반이 침하를 일으켜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초구조물이나 수직부재가 파괴됐거나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삼풍백화점의 경우 설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건물주가 용도변경을 하면서 기둥을 없애고 하는 바람에 약해진 지점에서 붕괴가 일어난 측면이 크다”며 “설계도면을 보면서 기초부터 전부 점검하고, 건물주가 건물에 손을 댔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최창식 교수(건축공학)는 “지반에서 변화가 발생했을 수도 있으므로 전체 건물의 구조 시스템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 정도 되면 정밀조사에서 균열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권기혁 교수(건축공학)는 “테크노마트가 한강변에 자리 잡은 건물임을 고려하면 최근 폭우로 뻘 지형에 물이 유입해 수위가 변하면서 건물을 움직였을 수 있다”면서 “지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지반 보강 전까지 건물을 재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반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유나·조병욱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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