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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교과서' 현주소] 경복궁이 민속박물관 ? 남한이 불교국가 ?… 못 믿을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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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12 11:49:35 수정 : 2010-04-12 11: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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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제비집→제비집, 악력기→펀치
설명과 다른 엉뚱한 사진 ‘수두룩’
같은 책 앞뒷장 통계수치 ‘제각각’
곳곳에 오자… 띄어쓰기도 ‘엉터리’
매년 엄청난 수정보완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오류는 국정·검정을 가리지 않고 지금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불교국가인 것처럼 표시하거나 같은 교과서의 앞뒷장 통계가 서로 다른 경우마저 있다. 이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라고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상한 모습의 경복궁=현재 사용 중인 ‘초등학교 사회과 부도’ 10쪽에는 경복궁의 건물 그림이 국립민속박물관 모양으로 잘못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통 민속품을 소장·전시하는 이 박물관은 1992년 지상 3층에 옥탑층을 갖춘 현대식 건물로 경복궁과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 한 교사는 “예전에도 잘못된 경복궁 그림이 실려 있었는데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다”면서 “경복궁에 가보지 않은 학생이라면 잘못된 궁궐 모습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국어읽기 4-1’ 45쪽엔 제비의 생태를 다루면서 귀제비집 사진을 제비집으로 잘못 게재했다. 이 책은 ‘귀제비는 제비와 비슷하지만, 가슴과 배에 갈색 줄무늬가 많다’며 양쪽을 구별하는 설명까지 덧붙이고서도 엉뚱한 사진을 싣는 오류를 범했다. 이 책을 발행한 미래엔컬처그룹 국어 담당자는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제비집은 귀제비집과 달리 윗부분이 개방된 형태로 지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교과서에 수정되도록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용수철의 여러 가지 쓰임을 다룬 국정교과서 ‘초등학교 과학 4-1’ 28쪽에는 악력기(손으로 물건을 쥐는 힘을 키우는 운동기구) 사진이 펀치로 잘못 올려져 있다.

#한국은 불교국가?=
남한을 마치 불교국가인 것처럼 잘못 표시한 사례도 있다. 금성출판사가 펴낸 ‘중학교 사회1’ 108쪽엔 세계의 종교와 종교별 신도 비율을 그림으로 나타내면서 남한을 불교권인 청색으로 표시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2005년)에 따르면 불교 신도 수는 1085만명(원불교 포함)으로 크리스트교(개신교+천주교) 1376만명보다 적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 만큼 ‘기타 국가군’으로 표시해야 옳다.

#헉! 교과서에 성희롱 연상 장면이=‘초등학교 국어 말하기·듣기 3-1’ 중 ‘하얀 마음 백구’ 단락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장면은 성희롱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교사가 백구라는 개에 놀라 교장선생님에게 안기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교장은 손으로 V자 모양을 표시하며 좋아한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볼 때 약간은 성희롱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라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앞뒷장 내용이 서로 달라=‘초등학교 사회과 부도’ 73쪽에 남한 전체인구가 4926만9000명으로 실려 있으나 74쪽에는 4731만8000명으로 나와 있다. 조사 시점이 2005년으로 똑 같은데도 200만명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인구밀도(명/㎢) 역시 2005년 493명(73쪽), 2007년 485명(80쪽)으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이 책 내용대로라면 남한의 인구밀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계속 상승추세다. 확인 결과 집필자가 73쪽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상 인구를, 74쪽에선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수치를, 80쪽엔 통계청의 추계인구 수치를 각각 반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공식 인구는 통계청 기준이 맞다”면서 “주민등록상 인구를 혼용해 실으면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책은 80쪽에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기준으로 1만9690달러로 적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소득은 2007년 2만1695달러로 2만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같은 오류는 교과서 집필자들이 우리나라 공식 통계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세계은행의 발표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바람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대법관 수마저 엉터리=교학사가 발간한 검정교과서 ‘고등학교 법과 사회’ 164쪽에 ‘대법관의 수는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3인으로…’라는 내용이 실려 있으나 실제 대법관 수는 14명이 맞다. 또 이 책 166쪽에선 보석 결정이 보석 결석으로 적힌 오자가 발견됐다.

금성출판사의 ‘중학교 사회1’은 31쪽에서 한반도와 면적이 비슷한 국가로 영국,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이 있다고 잘못 소개했다. 이 중 포르투갈은 국토면적이 9만2391㎢로 남한(10만140㎢·2008년 말)보다 작다.

‘고등학교 체육과 건강’ 피겨스케이팅 부분에선 채점방식이 이미 오래전에 바뀌었는데 과거 채점법을 버젓이 소개하고 있고, ‘초등학교 국어 2-1’(23쪽)은 한 단어인 휠체어를 휠 체어로 띄어쓴 것으로 확인됐다.

배연국 선임기자 byko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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