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초전도체 최고 권위자 투신자살 이유는

입력 : 2010-02-26 01:45:50 수정 : 2010-02-26 01:45:5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성과주의’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
“실적 압박감에 진료 받아 제2의 피해자 나올수도”
국내 초전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인 모 사립대 물리학과 A교수가 초고속 슈퍼컴퓨터, 마이크로파 통신 등의 개발에 쓰이는 초전도 박막을 세계 최초로 제작해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데에는 10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했다. 기간은 길었지만 이 논문으로 A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모교로 자리를 옮긴 후 단기간에 이전 논문과 비슷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던 A교수는 동료 교수들과의 상담과 병원 진료 등을 받았지만, 결국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 새로 온 학교의 연구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구나 A교수가 모교로 옮긴 뒤 성과를 내겠다는 부담이 큰 상태에서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대학 교수들은 단기적인 연구 성과에 치중하는 현재의 분위기에선 제2, 제3의 A교수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학교를 옮긴 B교수는 이후 위염으로 병원을 수시로 찾고 있다. 병원에서는 매번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지만, 이 교수는 연구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개인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연구 실적 스트레스로 자살한 물리학과 교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연구실적 압박과 다른 교수들의 시선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연구비를 위해 교수들이 매년 반복적으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상황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장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초전도학회 한 교수는 “학계에선 예를 들어 1년에 10억원을 지원 받기보다 매년 1억원씩 10년을 지원받는 것이 연구 질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라며 “지속적인 지원이 자리 잡아야 세계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교수의 대학 관계자는 이날 “A교수가 세계적인 학자로서 모교에 와서 이전보다 더 큰 연구성과를 이뤄야겠다는 부담을 크게 가졌던 것 같다. 교수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귀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미야오 나린 '상큼 발랄'
  • 미야오 나린 '상큼 발랄'
  • 미야오 안나 '매력적인 미소'
  • 이재인 '상큼 발랄'
  • 최지우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