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0·28 재보선] 희비 엇갈린 與野 거물 4人

입력 : 2009-10-29 11:03:51 수정 : 2009-10-29 11:03: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먹구름 낀 정몽준 조기 전대 가능성… 대권행보에도 '빨간불'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사진)체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28일 국회의원 재보선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탓이다. 전통적으로 여당의 무덤이라던 재보선에서 완패는 면했지만 ‘기분나쁜’ 패배여서다. ‘텃밭’이나 다름없는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에서만 이겼을 뿐 수도권 2곳과 충북에서 진 것이다.

특히 여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승부처이자 이번 선거의 전체 승패를 판가름한 경기 수원 장안에서 패한 게 뼈아프다. 정 대표는 전체 유세일정의 절반을 할애할 정도로 수원 장안 승부에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대권을 꿈꾸는 그에겐 상당한 타격인 셈이다. 정 대표는 “국민을 받들어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승계직 대표’로서의 입지가 불안해질 수 있다. 잠잠해지나 싶었던 내년 1, 2월 ‘조기 전대론’의 급부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조기전대를 열기로 할 경우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 대표로선 대응할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 조기전대에 출마한다 해도 당권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할 여권이 이번에 ‘이름값’을 못한 정 대표에게 지방선거를 맡길 가능성이 희박하단 얘기다. 물론 조기전대가 열리지 않고 내년 7월까지 정 대표 체제로 갈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 부재론’이 우세할 경우다. 그렇더라도 정 대표에게 먹구름이 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강은 기자

탄력 받는 정세균 '2석+α' 당초 목표 초과 달성… 압승 거둬

민주당 정세균 대표(사진)가 10·28 재보선에서 ‘승장’이 됐다. 당내 비토세력의 목소리는 당분간 수그러들 것이고, 리더십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애초 정 대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 2곳에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상임고문을 동시 출격시켜 확실한 승리를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 여파로 김 상임고문의 출마도 불발에 그치며 재보선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뿐만 아니라 선거에 질 경우 당내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전대론이 공론화할 가능성이 컸다. 그만큼 어깨는 무거웠다. 정 대표에게 재보선은 당의 운명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시험대였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마친 정 대표는 “내가 모든 선거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운동화끈을 질끈 묶었다. 정 대표는 12일의 선거운동기간 모두 77번의 ‘살인적’ 유세일정으로 전국을 누볐다.

결과는 압승. 후보를 낸 4개 선거구 중 3석을 건져 ‘2석+α’라는 애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대권 도전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원 장안에서의 승리로 손 전 대표와 공적을 나눠야 하는 점이 정 대표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박진우 기자 dawnstar@segye.com

기사회생 박희태 與 최다선 6選… 차기 국회의장도 유력

‘기사회생(起死回生)’. 한나라당 박희태 전 대표(사진)는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기로’에서 재선거 승리는 했지만 여당 텃밭임에도 박빙의 승부였다. 친노무현의 ‘젊은 후보’(민주당 송인배)는 힘겨운 상대였다.

어쨌든 그는 원내 재입성에 성공함으로써 정치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승리로 정몽준 대표, 이상득 의원과 같이 여당 최다선인 6선이 됐다. 원외의 설움을 씻고 여권 주류의 ‘어른’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이로써 정치적 숙원인 차기 국회의장도 유력해졌다.

그는 지난해 4월 18대 총선 이후 28일 재선거를 치르기까지 많은 서러움을 견뎌야 했다. 17대 대선 당시 최종 의사결정 역할을 했던 ‘6인회’ 멤버로 이명박 후보 당선의 ‘공신’ 중 한명이었고, 차기 국회의장감으로 거론되던 그였다. 그런데도 정작 18대 총선에선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한 ‘공천파동’에 휘말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과 동반 배제된 것.

총선 뒤엔 거대 여당의 대표가 됐지만 ‘원외’ 대표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이 대통령과의 회동도 쉽지 않았을 정도로 그에게 힘이 실리지 않았다. 또 당내 갈등 해소 차원에서 친박계 탈당파 의원들을 복당시켰지만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친이는 물론 친박계로부터 시원스러운 도움을 받지 못했다.

박 전 대표는 당선 확정 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힘을 싣고 큰 양산의 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신정훈 기자 hoon@segye.com

부활하는 손학규 대리전 모험끝 승리… 정치활동 재개 ‘시동’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사진)가 이겼다. 당 지도부의 출마 요구까지 뿌리치며 수원 장안에 ‘대리인’을 내세우는 모험 끝에 거둔 승리다. 이로써 정치 재개에 탄력이 붙게 됐다.

손 전 대표는 지난 4월 재보선에도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를 도왔다. 역시 승리했지만 이번과는 달랐다. 당시 그는 ‘손님’일 뿐이었다. 이 때문에 공로는 오롯이 그의 몫이 아니었다.

이번엔 그가 ‘주인’이었다. 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전을 진두지휘했다. 이찬열 후보도 손 전 대표 뒤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장안구민들도 사실상 손 전 대표를 보고 투표했다는 평가다. 손 전 대표를 ‘민주당의 박근혜’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최근 야권 내에서 당력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선거 승리를 이끈 경우는 없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정동영 의원 역시 신건 의원을 동반 당선시키긴 했지만,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미는 손 전 대표의 승리가 더 크다”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은 ‘정세균과 손학규’라는 ‘이원화된 권력구조’를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불패신화’를 보여준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손 전 대표를 빼놓고 선거전략을 짤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사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만큼 수도권 득표력을 보여준 손 전 대표의 상징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wonb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