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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

입력 : 2009-10-28 03:51:45 수정 : 2009-10-28 03: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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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 민간인이 구멍 뚫고 월북… 軍, 北보도 통해 확인
2004년 이어 또… 경계태세 허점 드러나
민간인이 몰래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자르고 월북해 군의 경계망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은 이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다가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내용을 확인, 군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합참은 27일 남한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의 보도와 관련, “군사분계선 전체에 걸쳐 철책 훼손 흔적을 점검한 결과, 동부전선 22사단에서 철책이 절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철책이 뚫린 곳은 강원도 고성군의 최전방 철책으로, 1차 조사 결과 가로 30㎝, 세로 40㎝ 규모로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쪽에서 철책을 뚫고 북쪽으로 월북한 사건은 2004년 10월 강원도 철원군 육군 열쇠부대 책임지역의 GOP(전방관측소) 3중 철책 절단 사건 이후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철책이 3중으로 쳐져 있는 데 확인결과, 남방으로 맨 아래쪽의 철책이 절단된 것을 식별했다”면서 “해당 부대에서 합동심문조를 구성해 철책 절단 상황과 당시 부대 경계상황 등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에서 남측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고 보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북 보도 이전까지 우리 군은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마침 월북이 올해 후반기 군 장성 인사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군의 관심이 온통 인사에 집중된 시기에 이뤄졌다”면서 “어수선한 군 인사철 지휘관의 허술한 부대관리 등이 빚은 사건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합참은 이와 관련, “월북한 주민은 강동림(30)씨로 2001년 9월18일부터 2003년 11월10일까지 철책선이 절단된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지난 9월12일 폭행사건 등으로 같은달 25일 지명수배돼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씨는 부대 근무 당시 GOP의 기관총 사수로 근무해 철책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한 주민 강동림씨가 26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진월북했다”며 “그는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남조선군 22사단 56연대 3대대 9중대 1소대에서 근무했고 삼성 반도체회사 노동자로 있다가 퇴직해 의거하기 전까지 벌교읍의 어느 한 돼지공장(양돈장)에서 일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이번 철책 절단 사건이 군의 대북경계태세에 문제점을 드러낸 심각한 군기강 해이 사건으로 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지휘책임을 묻는 한편, 별도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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