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취임후 경제철학 변화여부 등 주목
현 경제팀과의 역할 분담도 주요 관심사
케인지언이란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라는 의미로, 시장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핵심철학이다. 이는 국가가 시장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MB노믹스’와 큰 차이가 난다. 정 총리 내정자가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이 이를 낯설고 어색하게 느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근 서민·중도 강화론으로 바뀌었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자연스레 강화돼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 총리 내정자는 그동안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 위주의 경기부양책과 금산분리 완화 등 ‘MB노믹스’의 핵심정책에 명백하게 비판적인 속내를 드러내 왔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더라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 내정자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MB노믹스’의 대표 경제정책 중 하나인 ‘감세’는 그에게는 줄곧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정 총리 내정자는 ‘MB노믹스’에 대해 우호적이기보다 대립각을 세우며 비판했던 경우가 많았던 만큼 총리 취임 후 그의 언행이 어떻게 바뀔지 여부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우려의 시각을 의식한 듯 그는 내정 직후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경제시각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와 현 경제팀 간 조화가 물 흐르듯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 내정자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타협할 수 없는 배경과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정책 기조 변화’ 혹은 ‘심각한 마찰’ 중 하나가 불가피하게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분석도 있다.
‘MB노믹스’를 운용하는 경제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윤진식 정책실장과 ‘MB노믹스 전도사’ 격인 강만수 경제특보와의 조화 여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 총리 내정자와 정통 재무관료들로 구성된 현 경제팀의 역할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 내정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지금까지 MB노믹스의 경제정책과 대립각을 세워온 그가 경제문제에서 현 정부의 기조에 반해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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