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4월 아마존과 알리 같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제 총기 제작용 물품들을 반입해 3정을 만들어 발사 실험한 결과 모두 인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국내법으로 규제가 쉽지 않아 이들 물품을 제한 없이 살 수 있는 데다 일부는 세관에서 차단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당시 국정원은 이들 물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하는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나 국가 차원의 관리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지난 20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은 유튜브를 통해 제작법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범인은 당시 금속 재질 파이프로 만든 사제 총기를 썼는데, 앞서 국정원도 스프링을 이용한 공이 타격식 파이프형, 일반 총기와 비슷하게 조준경을 장착하고 수발의 탄환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산탄까지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한 파이프형 등을 직접 선보인 바 있다.
총기 범행이 빈번한 미국은 ‘고스트 건’(Ghost gun·등록하지 않은 자체 제작 총기)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인터넷에서 부품을 사들여 조립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진화해 컴퓨터지원설계(CAD) 파일을 이용한 3D 프린팅에 힘입어 초보자도 총기를 제조할 수 있게 돼 범인 파악과 체포에 어려움이 커졌다. 최근 뉴욕 맨해튼 검찰청과 경찰국은 3D 모델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와 협력해 자동화 기술로 총기 관련 파일의 업로드 차단에 나섰다. 3D 프린팅 제조기업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총기 부품 생산 여부를 자동 감시하는 시스템 마련을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사제 총기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이 해마다 5·10월 불법 무기류 집중 단속을 벌이지만 최근 5년간 적발한 사제 총기는 1건도 없다. 같은 기간 사제 총기 사건은 4건(2023년 2건, 2021·2022년 각각 1건)이나 발생했다. 총기류 제조에 쓰일 약간의 위험이라도 있다면 추적할 수 있도록 물품 구매기록을 남기도록 의무화하고, ‘3D 프린팅 제작 총기 테러 방지 3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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