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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형제 경영’ 왜 깨졌나

입력 : 2009-07-28 22:38:10 수정 : 2009-07-28 22: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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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재매각’ 암초 만나
불신 깊어져… 지주사 지분경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이 동반 퇴진함에 따라 형제경영 전통이 25년 만에 막을 내렸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영권은 1984년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 작고한 이후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 고 박정구 회장에 이어 3남인 현 박삼구(64) 회장까지 2세 형제들이 가구별로 비슷한 지분을 확보한 채 돌아가며 이어졌다. 그룹은 다른 그룹과는 달리 2세 형제들이 가구별로 비슷한 지분을 확보한 채 돌아가면서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동안 만 65세에 형제 간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는 점도 관심거리였다. 따라서 전통대로라면 4남인 박찬구(61) 회장이 내년 연말쯤 경영권을 물려받을 차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독특한 형제 승계 경영은 ‘대우건설 재매각’이란 암초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달 28일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한 이후 박찬구 회장 부자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사들이면서 대주주 지분균등 비율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이전까지 10.01%의 금호석화 지분을 갖고 있던 박찬구 회장 부자는 금호산업 지분을 판 자금 등을 동원해 27일 현재 금호석화 지분을 18.47%까지 늘렸다. 이 과정에서 역시 10.01%의 지분을 보유했던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화 지분을 11.77%까지 늘렸다.

당시 그룹 측은 이와 관련, 지분 구조 변동에 대해 금호석화를 중심으로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준비라고 밝혔지만, 이때부터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분쟁이 진행 중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박삼구 회장도 이날 퇴진 기자회견에서 “(박찬구 회장이) 본인의 이해관계를 따지고 경영에 반하는 행위를 여러가지 해 그룹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퇴진하는 강수를 둔 것도 점차 표면화될 경영권 분쟁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 측의 갑작스런 경영권 도전 행보를 두고 대우건설 재매각 사태에서 불거진 박삼구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 측이 형제 승계론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지분 확대란 카드를 뽑아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회장이 “내가 유고 상황이 되면 내부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에 덕망 있는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기로 (선대회장과) 합의가 있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병오 기자 eagleey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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